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배짱 인상 일삼는 명품, 리셀 시장도 불 질렀다

샤넬·루이비통 등 줄줄이 올리자

중고거래서 '웃돈' 100만원 훌쩍

“모호한 가격 정책이 부작용 키워”

샤넬의 대표 핸드백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지난 2017년 589만 원이던 이 가방은 현재 971만 원에 달한다. /샤넬 홈페이지 캡처샤넬의 대표 핸드백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지난 2017년 589만 원이던 이 가방은 현재 971만 원에 달한다. /샤넬 홈페이지 캡처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의 잇따른 인상 소식에 리셀 시장(제품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시장)이 덩달아 과열되고 있다. 수 차례 가격 인상에도 인기 제품은 줄을 서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쑤다 보니 재판매 웃돈만 100만 원을 넘긴 사례까지 등장했다. 잦은 인상과 부족한 공급이 낳은 부작용으로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4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셀 시장에서 내달 인상이 예정된 샤넬 제품 가격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가격 인상 전에 산 제품을 미리 인상 가격에 맞춰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정가에 최소 50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에 달하는 웃돈을 얹은 제품들이 나왔다.



재판매로 산 제품을 다시 웃돈을 붙여 내놓는 사례도 등장했다. A중고거래 플랫폼에서 500만 원에 산 샤넬 가방을 이튿날 B중고거래 플랫폼에 550만 원에 내놓은 것이다. 이에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번 가격 인상 소식에 백화점 판매가보다 더 올려 파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매한 지 10여 년 된 가방도 비싼 가격에 팔리니 웃돈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불만 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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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리셀 시장이 과열된 잦은 가격 인상으로 재판매 시장에서 샤넬을 비롯한 명품 몸값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샤넬의 대표 가방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은 2017년 598만 원에서 2018년 628만 원, 2019년 652만 원, 2020년 864만 원으로 꾸준히 가격을 인상했다. 현재 가격은 971만 원으로 4년새 인상률이 62.4%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샤넬백을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샤넬은 매년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인기 품목"이라며 "줄을 서고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쑤다 보니 웃돈을 내고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올해만 해도 수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루이비통은 이달 1일부터 인기 가방의 가격을 최대 33% 올렸다. 올해만 4번째 인상이다. 이에 따라 대표 가방인 '알바 BB 모노그램'의 가격은 182만 원에서 201만 원으로 10.4% 비싸졌다. 스피디25는 141만 원에서 167만 원으로 18.4% 올랐고, 스피디30은 143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18.9% 인상됐다.

샤넬도 내달 예정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올해만 4번째 인상이다. 지난 9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6~36%까지 인상한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지난 가격 인상 때 포함되지 않았던 가방과 지갑류 제품들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도 이달 중순 보석 품목 6%, 시계류는 3%씩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대표 제품인 ‘비제로원 목걸이’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585만 원에서 620만 원으로 오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1년에 3~4 차례씩 기습적으로 올리고 있다"며 "이 같은 불투명한 가격 정책이 리셀 시장의 과열을 불러 폭리를 취하는 얌체 소비자를 낳는 등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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