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어 학습 수요도 세계적으로 계속 늘고 있지만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은 인력과 재정 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울산 북구)이 세종학당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세종학당 해외 개소는 54개 늘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 학습 수요로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종학당재단 역시 세계 각지에서 적극적으로 확대 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세종학당재단은 국외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보급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운영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일에 앞장 서고 있다. 기관 설립의 법률적 근거도 ‘국어기본법’에 있다.
하지만 한국어 보급 확대에 있어 좋은 기회를 맞았음에도 세종학당재단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전세계 세종학당을 관리하는 본부의 학당지원부 인력 정원은 2019년 19명에서 2020년 18명으로 오히려 1명 줄었다가 올해 다시 19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본부 부서 이동 및 퇴사로 인한 결원이 보충 되지 않아 현재 15명만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계 세종학당 수가 234곳임을 고려하면 직원 1명이 15.6개소를 관리하는 셈이다.
해외 세종학당 역시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유럽 지역처럼 고물가 국가에서는 재정난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지역 세종학당의 평균 지원 금액은 7,400만 원으로 전체 평균인 5,600만 원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물가와 소득세 같은 간접 비용을 고려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튀빙겐 세종학당의 경우 지원금 부족으로 최소한의 강의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대학 규정상 수강료를 받을 수 없는 점도 학당 운영의 애로 사항으로 작용했다. 스페인 라스팔마스 세종학당은 재정난으로 운영 요원을 정규 형태로 고용하지 못해 주 3회 시간제 인력을 활용 중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아시아 지역 세종학당은 운영 요원을 전일제 및 정규 형태로 고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세종학당재단에서는 유럽 지역 세종학당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1억 1,400만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세종학당은 해외 각지에서 개소 신청을 받은 후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쳐 개소 여부를 결정한다. 세종학당 지정 신청은 2020년부터 대폭 늘었다. 기존에는 매년 50건 정도였던 신청이 2020년에는 101건, 2021년에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80건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는 지원금 규모를 확인한 후 신청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국력을 생각하면 우리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세종학당이 재정 문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세종학당 지원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