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입니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끈’했다. ‘9월 셋째 주 들어 부동산 시장의 가파른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여당 소속 의원이 안이하다고 지적하자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라며 받아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을 입맛대로 해석하며 지금의 가격 폭등을 불러온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항변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란 이렇다. 현 정부 출범 초기 6억 원이던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가격이 14억 원이 됐고, 20억 원 하던 서초구의 한 아파트가 42억 원이 됐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4억~5억 원 하던 강동구 한 아파트의 20평대 전세가는 최근 10억 원을 넘겼다. 불과 몇 년 새 매매와 전세를 막론하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벼락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택 매수에 나선 국민들은 ‘투기 세력’으로 몰려 각종 규제의 유탄을 맞았다. 급격히 오른 공시가격에 보유세 부담을 버티지 못한 은퇴자는 수십 년 살던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방법이 막힌 청약 당첨자들은 수년간 기다려온 내 집 마련의 꿈을 눈앞에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천장 뚫린 집값에 국민들은 신음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을 닫고 귀를 닫았다.
홍 부총리가 ‘있는 그대로 말했다’는 수도권 아파트 상승률과 매매수급지수의 가장 최근 통계 수치는 각각 0.34%와 105.1이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2주 전과 비교할 때 소폭 하락한 것은 맞는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값이 무려 110주째 오르고 있고, 매매수급지수 또한 70주 연속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고작 최근 몇 주간 수치가 떨어졌단 이유로 “최근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르는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꺾였다”는 섣부른 판단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외면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