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의 국내 판로 확보를 위한 예산이 전체 중소벤처기업 지원 예산의 0%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로 확보가 중소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은 거의 배정되지 않은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지원 예산 89조 원 가운데 ‘판로’ 분야는 1,939억 원(0.2%)으로 전체 분야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자금’(48.2%)이었다. 이어 ‘인력’(21.2%), ‘연구개발(R&D)’(15.7%), ‘수출’(2.6%) 순이었다.
판로 관련 지원은 최저 수준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소기업 경영 애로 사항 조사 결과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판로 확보’(51.1%)였다. ‘운영 자금’(33.5%)과 ‘경기 불황’(26.2%), ‘업체 간 경쟁 심화’(23.4%), ‘인력 부족’(9.1%)이 그 뒤를 이었다. 중소벤처기업에 판로 확보가 그 무엇보다 절실한데도 막상 지원은 다른 분야에 쏠려 있는 셈이다.
중기부가 시행 중인 판로 지원 정책이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지원 방향으로는 업체의 매출액뿐 아니라 고용 증대에 미치는 효과도 크지 않다는 뜻이다.
중기부의 지원 정책 중 국내 판로를 주목적으로 하는 ‘마케팅 지원 사업’은 주로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채널에 업체를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온·오프라인 기획전 등을 통한 유통망 진출 지원과 대한민국 동행세일, 공동 A/S 지원, 판로 혁신 지원 등 4가지가 마케팅 지원 사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4가지 사업으로 지원을 받은 업체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 평균 증가율은 10.5%에 그쳤다. 고용 인원 증가율 역시 6.4%밖에 되지 않았다.
강 의원은 대안으로 방송광고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중기부 운영 사업을 통한 매출액 및 고용 증가 효과는 미미하거나 일시적”이라며 “중기부가 판로 지원 예산 비중을 키우는 동시에 방송광고 제작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방송광고 지원 사업은 이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혁신형 중소기업 방송광고 활성화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이다.
이 사업의 효과는 기존 중기부 사업보다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KOBACO에 따르면 방송광고 제작비 지원을 받은 업체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3.2배였다. 방송광고비 할인 지원을 받은 업체의 매출액은 증가율이 약 14배에 달했다. 고용 인원은 제작비 지원 업체의 경우 60%, 광고비 할인 지원 업체는 240% 증가했다.
사업 대상이 되는 업체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지난해 기준 제작비 지원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49점, 송출비 지원 사업 만족도는 4.15점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나투스’의 매출액은 방송광고를 통해 2019년(1억 원) 대비 2020년(28억 원) 27배 늘었다. 올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컬리’의 직원 수가 2019년(360명)에 비해 2020년(1,044명) 3배 가까이 증가한 것도 방송광고 지원 사업 덕이라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중기부도 판로 지원 정책에 방송광고 지원 사업을 신규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성 때문에 독자적인 사업이 어렵다면 방송통신위원회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함께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