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고자도 노조 가입 '勞로 기운 운동장' …경영계 "불법행위, 문제 제기조차 못해"

■3각 파고 규제에 숨죽인 기업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노조 3법

정부 '노조 아님 통보' 조항 폐지

결격사유 발생해도 시정조치 없어

노사 갈등 속 파업-소송 '악순환'

학계도 "제도적 보완 장치 필요"

경찰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해산 요구를 무시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연합뉴스경찰이 지난달 30일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SPC삼립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해산 요구를 무시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을 견인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조합은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 사용자(사 측)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쟁점화합니다.”(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영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한국의 노사 관계는 노조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7월부터 개정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노조의 단결권이 한층 더 강화됐다. 노사 갈등과 반복되는 파업, 이로 인한 소송의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 노조 3법은 7월 6일부터 시행됐다. 개정 노조 3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 가입 문턱과 활동 범위를 대폭 넓혔다.

가장 큰 특징은 실직자와 해고자 등 비종사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점이다. 퇴직 공무원과 교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노조의 조합원이 해당 사업장의 종사자로 한정됐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조합원 중에서 정했던 노조 위원도 노조가 규약으로 임원 자격을 정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노조 3법은 또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금지하던 규정을 삭제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정부가 내렸던 ‘노조 아님 통보’ 조항도 삭제됐다. 실직자와 해고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활동도 사실상 제한이 없어졌다. 쟁의행위에 대한 조항도 더 구체화됐다. 사업자의 점유를 배제하는 조업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 쟁의행위가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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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가 그동안 강하게 우려해왔던 내용들이다. 경영계는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은 회사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경영계는 사전 승인 제도 도입이나 정당한 조합 활동일 때만 노조 사무실을 출입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이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이 폐지되면서 정부가 노조의 부당 행위에 엄격한 시정 조치를 내리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신 정부는 시정 요구 근거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노조의 자율적인 개선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영계는 해고자들이 일반적으로 회사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사측에 반감이 큰 해고자들이 노조 활동을 할 경우 과격하거나 공격적인 방향으로 노사 관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비종사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업장별로 범위를 설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노조법이 노조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달 총파업을 통해 노조법 재개정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학계에서는 노사 갈등 때마다 되풀이되는 파업과 소송의 악순환을 끊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개선이 필요한 조항은 노조법 43조다. 노조법 43조는 쟁의행위 시 사업과 관계없는 대체 근로자 투입을 금지하고 있다. 노조법은 직장 점거에 대한 해산도 제한한다. 결국 경찰이 투입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크게 늘었지만 근로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노동법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경영진이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근로자에 대한 감독 강도를 높이고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현행 제도는) 부당노동행위의 처벌을 사용자로 국한하고 노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전혀 처벌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은 단체교섭 질서를 저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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