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격히 출렁이기 시작한 지난달 말 이후 2조 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이탈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하단을 지지하던 동학개미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 844억 원어치(유가증권시장 1조 9,758억 원, 코스닥시장 1,087억 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5.66%, 7.90% 하락했다. 9월 한 달로 놓고 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조 10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8거래일간 삼성전자(005930)를 9,816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여기에 기관(7,409억 원)의 매도세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7.98% 급락했다. 외국인은 또 삼성전자우(3,033억 원·-7.92%), 카카오(035720)(1,206억 원·-2.08%), 삼성SDI(006400)(1,050억 원·-6.67%), SK하이닉스(000660)(841억 원·-10.05%) 등도 대거 팔았다.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 중국 헝다그룹 사태 등 겹겹이 쌓인 대외 악재로 위험 기피 현상이 발생해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모습이다.
여기에 작년부터 외국인 투매를 고스란히 받아냈던 동학개미들도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이달 개인 일평균 순매수 금액도 1,914억 원으로 지난 1월(1조 2,935억 원)보다 확연히 줄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은 매크로 관점에서 이해되지만 수급상으로 보더라도 기대감이 부재했다"며 "원화 약세와 함께 외국인이 다시 매도세를 확대했고, 거기에 더해 최근 금융 당국이 증권사들에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했다는 소식도 개인 수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의 경우 외환시장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연말로 갈수록 외환시장 안정과 함께 매도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