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기업 때린 '공급망 쇼크'…3곳중 2곳 재고 늘었다

2분기 매출 50대 기업 66%가 증가

세계 공급 마비·경기악화 지속 땐

경영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올해 상반기에 국내 주요 제조업체 3곳 중 2곳의 재고자산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와 경기회복 기대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재고 증가세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글로벌 공급난과 체감경기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내 매출 상위 50대 제조 업체(올 2분기 기준, 금융·서비스·유통업 제외) 가운데 지난 상반기 말 재고자산이 1년 전보다 증가한 곳은 총 33곳(66%)에 달했다. 2년 전인 2019년 6월보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기업도 총 34곳(68%)이었다.

관련기사



전체 재고자산 액수도 급증했다. 이들 50개 기업의 총재고자산은 145조 9,55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조 7,039억 원(11.2%) 늘어났다. 2019년 2분기 말에 비해서는 7조 7,027억 원(5.57%) 증가했다.

이는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재고를 쌓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기업들이 원재료 재고를 늘린 것 또한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로 인해 전년보다 비싸진 원자재 값은 그대로 기업의 재고 취득원가 상승으로 전이돼 재고자산 평가액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공급망 마비, 중국·인도 전력난이 겹치면서 일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등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질 조짐을 보이자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자산이 경영의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고자산이 많은 상태에서 전방 수요가 악화하면 악성 재고가 늘어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잠기는 문제가 슬슬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당장 불거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재고자산 손상차손 이슈도 잠재적으로 기업 불확실성의 요소가 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