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헥토콘







유럽에서는 이마에 한 개의 뿔이 있는 흰말처럼 생긴 상상의 동물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최고의 검술을 가진 기사와 겨룰 만큼 날쌔고, 코끼리 세 마리를 뿔에 꿰어 다닐 정도로 괴력을 지녔다. 하지만 처녀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고 처녀의 무릎을 베개 삼아 잠이 들곤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고대 켈트족의 종교인 드루이드교를 통해 민간으로 전승된 유니콘(Unicorn)의 전설이다. 어원으로 따져 보면 뿔이 한 개라는 뜻이다. 이 뿔은 사악한 힘을 막고 어떠한 질병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성한 힘을 상징해 왕과 귀족들의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으로도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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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 상장되기도 전에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에 이르는 스타트업도 ‘유니콘’이라 불린다.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훌륭한 기업이라는 뜻이다.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1,000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면서 새 용어들도 생겨났다. 10을 뜻하는 데카(Deca)와 유니콘을 합성한 ‘데카콘(Decacorn)’, 100을 뜻하는 헥토(Hecto)와 유니콘을 합한 ‘헥토콘(Hectocorn)’ 등이다. 1조 원 가치가 넘는 유니콘을 각각 10개, 100개씩 지녔다는 의미다. 헥토콘은 상장 전에 100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니 경이적인 스타트업이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의 6월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703개 유니콘 가운데 31개가 데카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야놀자·쏘카 등 10개가 유니콘으로 분류됐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가 120조 원의 기업 가치로 헥토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최근 민간인 4명에게 사흘 동안의 우주 여행 서비스를 제공했고,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를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는 회사다.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에 이어 두 번째로 헥토콘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헥토콘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정부가 더 이상 기업가의 발목을 잡지 말고 그들이 도전 의식과 창의를 갖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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