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성실 납세 풍토 지키려면 고액 체납자 처벌 강화해야"

[이사람]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

서울시민 설문 결과 대다수가 긍정 답변

지방세 체납자 감치·신상공개 강화 제안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오승현 기자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오승현 기자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

38세금징수과가 위치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0층에 들어서면 커다란 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1명의 전문 조사관과 6명의 민간 채권 추심 전문가로 구성된 38세금징수과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과훈이다. ‘반드시 징수한다’는 과훈답게 최근 38세금징수과는 지난 1997년 부도로 사라진 철강 기업 ‘한보철강’의 체납 세금 6억여 원을 끝까지 추적해 무려 23년 만에 징수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헌법38조에서 따온 이름…체납 세금 3.6조 걷었다=38세금징수과라는 이름에 들어가는 숫자 ‘38’은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헌법 38조를 의미한다.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과장은 “2001년 서울시에서 세금 징수 전담 조직을 만든다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팀 이름 공모를 했다”며 “공모된 명칭들 중 유독 헌법 38조에서 따온 ‘38’이 포함된 이름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01년 8월 출범한 38세금징수과는 출범 당시 2개팀, 25명 규모였지만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팀’에서 ‘과’로 승격해 현재는 5개팀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38세금징수과가 거둬들인 체납 세금은 총 4,745만 건이고 그 금액만 3조 6,0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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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택수색 줄자 소송 통한 징수 활발=체납 세금 징수라고 하면 보통 체납자의 집을 찾아가 귀중품 등을 압류하는 가택수색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세금징수과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징수 기법인 가택수색을 통한 동산 압류는 앞서 ‘좋은나라 운동본부, 최재원의 양심추적’, 드라마 ‘38사기동대’ 등 방송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장은 가택수색 못지않게 ‘소송’도 징수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가택수색을 나가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소송을 통한 징수가 활발해졌다.

실제로 38세금징수과가 있는 사무실 벽면은 A4용지로 가득 차 있다. 모두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다. 이 과장은 “가택수색이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예전 서류들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납자로부터 압류된 부동산의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해 10년 이상된 근저당권의 말소 소송을 낸 후 이 부동산을 공매해 세금을 징수해내는 방식이다.

이 과장에 따르면 현재 38세금징수과가 보고 있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1만 5,000건 정도다. 한 명당 400~500건씩 검토하는 셈이다. 그런 만큼 인력 충원도 절실하다. 이 과장은 “적은 인원으로 2만 6,000명의 체납자를 관리하는 만큼 구성원들이 정말 고생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소송 업무도 늘어나는 추세라 관련 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 대다수가 ‘체납자 처벌 강화’ 찬성=이 과장은 성실한 납세 풍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체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외 수익 과태료나 국세 등을 체납하면 구치소에 감치할 수 있는데 지방세는 아직 관련 규정이 없다. 지방세 체납자도 유치장에 감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 체납자들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납자에 대한 신상 공개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도 서울시 홈페이지에 체납자의 이름과 주소 등이 공개되고 있지만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단지까지만 공개되고 동이나 층수는 공개되지 않는 만큼 신상 공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38세금징수과 출범 20주년을 맞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대다수가 체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처벌 수위를 높인다면 비양심 고액 체납자 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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