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백제는 만주를 호령했던 고구려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존재감에 밀려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국 중 하나일 따름이다. 하지만 문화적 위상은 고대 어느 왕국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1971년 5,200여 점의 유물과 함께 발굴된 무령왕릉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올해는 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무령왕릉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백제문화제 집행위원장인 정재윤 공주대 교수의 신간 ‘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는 백제의 제25대 왕이었던 무령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백제 제대로 보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무령왕은 재위 23년 동안 민생과 왕권 안정을 위해 힘썼다. 고구려와의 한성 전투에서 패한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한 이후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해 백제를 중흥시킨 군주였다. 백성을 위한 위민 정치를 앞장서 실천하고 동아시아 교류를 적극 주도한 개방성과 국제성의 선각자이기도 했다.
책은 무령왕의 역사적 실체에 접근한 제1부 '백제사의 역주행, 무령왕릉 발굴', 무령왕의 성장 과정을 살핀 2부 '탄생과 성장', 백제 입국 후 왕으로 즉위하게 된 과정을 담은 3부 '국인공모', 백제 중흥의 실체를 들여다본 4부 '갱위강국'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사료와 고고학적 연구를 토대로 무령왕의 일대기를 구성하며, 기록이 남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합리적 추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