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4중고 대한항공 “날개 펴기 어렵네”

왕산레저 매각 또 불발에 자회사 지원 부담↑

환율·유가 치솟으며 재무구조 이미 타격 속

금리상승기 맞아 차입금 이자 비용도 증가세





코로나19 쇼크로 고전했던 대한항공이 최근 환율 및 유가 급등에 더해 자회사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해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차입금 금리도 오르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매각이 불발된 왕산레저개발에 40억원의 운영자금 지원을 최근 결정했다. 인천 영종도에 소재한 요트 계류장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자비용만 매년 20억 원 이상을 지불하면서 회사의 순손실은 2014년 3억 원에서 지난해 247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비주력 자산 매각에 나선 대한항공은 왕산레저를 처분키로 했지만 쉽사리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억5,000달러를 대여해준 미국 LA의 월셔그랜드센터를 비롯해 제주 칼호텔과 서귀포 칼호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그랜드하얏트 인천 등 코로나19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은 호텔 자산들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면서 호텔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왔다" 면서 "그러나 대부분 주거 목적으로 개발을 염두에 두고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고용 안정이 어려워 노동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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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는커녕 지원 부담이 늘면서 대한항공의 재무 구조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업 특성상 차입금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지난 2019년과 2020년 세 차례에 걸쳐 대한항공이 약 4,8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어 최근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형국이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최대 30년까지 만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발행 2년 후부터 최초 이자율에 2.5%의 가산금리와 조정금리가 추가로 붙기도 한다.

56억 달러(한화 약 6조7,000억 원)에 이르는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도 유동성을 짓누르고 있다. 연초 1,08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90원 안팎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100원 넘게 오르면서 대한항공의 외화평가손실은 하반기 약 5,6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약 6조 원에 달하는 항공기 리스부채는 대부분 ‘리보 금리(영국 은행 간 단기금리)’에 연동한 변동 금리부 사채여서 시장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기업합병 심사가 길어지는 것도 회사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 해 반기 기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부채가 5조2,0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2,016%에 달한다. 이미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워 합병이 늦어질수록 대한항공의 지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회사채 만기를 늘리며 장기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현금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당초 2,0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회사채도 이달 2,700억 원으로 증액해 발행했다. 특히 3년물의 경우 금리가 연 4%에 육박했지만 640억 원이나 조달 규모를 늘렸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과 연간 창출되는 2조 원 내외의 현금으로 차입금 상환은 가능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유가나 환율이 급등해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거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재무지표가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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