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과세가 시작되기 전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4주년을 기념해 ‘디지털 화폐,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김갑수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암호화폐 수익에 대해 과세의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거래자 보호와 재산권 보장이 상당한 수준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4대 암호화폐플랫폼의 일일 거래 규모(5일 기준)는 약 10조원으로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국내 4대 암호화폐플랫폼의 예치금은 지난8월말 기준 59조 3,814억원으로 60조원에 달한다.
과세로부터 자유로웠던 점이 암호화폐의 투자 매력 중 하나였지만 내년부터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과세가 시작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를 통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지방세 제외)로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기본공제 금액은 250만원이며 1년간 여러 암호화폐에서 얻은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을 적용한다.
김 연구원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발행인과 거래자간의 정보 비대칭성 △불공정거래 금지규정 부재 △암호화폐 거래플랫폼 규정 미비 및 매매 거래 기능과 예탁결제기능의 미분리 △암호화폐보관관리업자의 고객자산보호의무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해법으로 공시 강화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강화, 암호화폐 거래 사업자의 선관의무 준수 및 사업 건전성 유지 등을 제시했다.
공시 강화에 대해서는 거래자가 정확한 투자정보를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중요투자정보에 대한 의무 공시시스템을 해법으로 내놨다.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대규모 비대면 거래의 특성을 반영해 시세조종,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부정행위, 시장교란행위 등에 대한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거래업자는 매매거래의 규정화와 청산 결제 기능 독립을, 암호화폐보관업자는 수탁자산보호업무의 규정화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같은 날 한국증권학회·금융학회·세무학회·재무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금융 증권 관련 세제 개편' 심포지엄에서는 암호화폐 과세 체계를 정교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분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세법상 과세 범위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정의하는데, 암호화폐가 상당히 포괄적으로 기술돼 글로벌추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과세체계를 정교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증권성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선임위원은 "지불토큰, 유틸리티토큰, 증권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증권토큰에 대해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규제와 세법상의 금융투자소득세제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형 토큰은 미래 수익이나 실물 자산 등에 대한 지분·권리를 부여하는 징표다. 기초자산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지불 토큰이나 유틸리티토큰(기업이 제공하는 일정한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코인)과 구분된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이같은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 과세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암호화폐는 최근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8,000만원을 넘어섰다가 지난 6월 한때 3,0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7월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11일 5월 이후 7,000만원을 돌파했다.14일 국내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7,000만 원대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