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한미 원전수출 협력,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얼마 전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유수의 싱크탱크 대표에게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그는 북핵과 한미 동맹 대신 원전 협력을 언급하면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 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원전 협력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의 도전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물론 러시아·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려는 전략적 의도다. 기후변화 문제를 무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늑장을 부리던 한국과 일본이 ‘탄소 중립 2050’ 동참을 발표한 것도 미국의 입장 변화와 무관치 않다.



탄소 중립 달성은 지난한 과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석탄·석유·LNG 등 탄소 에너지 소비를 감축해야 한다. 문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원전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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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 동안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이 방침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지배하게 됐다. 미국은 여전히 원천 기술에 강점이 있지만 원전 설계와 시공에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세계 원전 시장에 나설 수 없다. 미국의 방향 전환은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성과에 목마른 우리 원전 산업에는 낭보다. 대한민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기회가 온 것이다.

이번 유럽 국정감사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민간 원자력 협력 정부 간 협정’을 체결하고 중국으로 거의 결정됐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로 미국과 가까운 폴란드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밖에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카자흐스탄은 2019년부터 정상 차원에서 우리와 원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소식이 없다. UAE 원전 수주 때도 봤듯이 원전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유럽 방문 때 원전이 걸려 있는 폴란드·루마니아·체코를 제쳐놓고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중요한 국제기구들이 많아서 오스트리아에 갔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국제기구는 한 군데도 들르지 않았다. 이런 정상 외교로는 안 된다.

2024년 UAE 원전이 완공되면 우리 원전 산업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5년간의 탈원전 강행에 이어 후속 수주도 못하게 되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다. 온 세계가 원전에 뛰어드는 지금 같은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한미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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