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눈]NDC도 정무적 판단

김우보 경제부 기자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35% 이상으로 법에 못 박힌 지난 8월. 법안이 통과된 직후 경제 5단체 소속의 한 부회장이 국민의힘 고위 인사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 그는 “여당은 30% 감축안을 준비했는데 야당이 50% 이상을 운운하는 바람에 감축치가 올랐다” “야당이 여당의 독주를 막지는 못할망정 더 나갈 수가 있느냐”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30% 감축 목표마저 산업계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돌아온 답은 “정무적 판단이니 이해해 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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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사정은 이랬다. 당시 여당은 탄소중립법과 함께 언론중재법을 강행하려 했다. 여당을 기후변화에 둔감한 ‘기후 악당’으로 몰아 언론중재법 추진 동력을 조금이나마 떨어뜨려보겠다는 게 야당의 셈법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감축치를 정하기에 앞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국회 밖 목소리는 그렇게 묻혔다.

법이 통과된 후 며칠 뒤 NDC 상향에 따른 후속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감축치가 적절한지 따져보기도 전에 시행 계획을 짜는 게 맞냐는 물음에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를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민의 의견이 모이는 곳이 국회고 국회에서 중지를 모아 법을 만들었으니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30%도 버겁다고 봤던 그들로선 당초 예상보다 높은 목표치가 법으로 규정돼 당황했을 법도 한데 애써 기색을 감췄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일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탈원전, NDC 상향 등 경제 산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을 내놓기에 앞서 득실을 따져보는 일은 드물다. 성긴 정책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면 정무적 판단이라고 둘러댄다. 정책이 미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충실히 따를 뿐이라는 일선 공무원까지. 탈이 날 때면 “정무적 판단이었다” “국민의 뜻을 따랐다”는 것만큼 책임을 피하기 쉬운 말이 없음을 그들 모두 체득했기 때문일까.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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