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빚내고 돈 풀어 버틴 코로나 시대…유동성의 역습 시작됐다

■부채의 덫에 걸린 글로벌 경제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가 드러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각종 자산 가격에 관한 거품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①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

美 국가부도 우려·中 헝다그룹 파산 위기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급한불 껐지만

美 부채 131%·中 기업부채 161%로 급증

② 자산가격 거품도 심각

美 주식시장도 버블…GDP대비 시총비율

2000년 210%서 올 2분기 332% 치솟아

20대 도시 집값도 10년동안 98%나 급증

③ 점점 짙어지는 'S의 공포'

글로벌 물가상승률 목표치 삼은 2% 넘어

원자재값 급등에 중간·소비재는 공급차질

금리인상 불가피한데…경기는 둔화 조짐



돈 잔치 끝나면 어김없는 경기침체

우선 부채 문제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국가 부도 사태 우려에, 중국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세계경제가 직면한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를 의미한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이 두 위기를 각국은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7년 14조 5,962억 달러였던 세계 부채가 2020년에는 30조 4,563억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같은 기간 274%에서 398%로 급증했다. 모든 국가의 부채가 늘어났지만 미국의 정부 부채와 중국의 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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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오고 있다. 2020년 네 차례에 걸쳐 GDP의 17%에 해당하는 3조 6,000억 달러를 지출했고 올해 3월에도 1조 9,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추가로 집행했다. 이에 따라 경기는 회복됐지만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도 2007년 61%에서 2020년에는 131%까지 급증했다. 대외 부채도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의 대외 순자산(대외 자산-대외 부채)이 -15조 4,196억 달러였고 GDP 대비로도 2007년 9%에서 68%로 대폭 늘었다.

중국의 경우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졌으나 중국 경제는 9.4%나 성장했다. 2020년에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3.2%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3%였다. 건설투자 중심으로 투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GDP 대비 94%였던 기업의 부채비율이 2020년에는 161%로 높아졌다.

다른 나라도 부채에 의해 성장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110%로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수준(107%)을 넘어섰고 가계 부채는 GDP의 103%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부채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역사를 보면 부채 급증 다음에는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 침체가 왔다. 1970~1989년에 주로 남미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증가했고 이들 국가가 위기를 겪었다. 1990~2001년에는 동남아 국가에서 기업 부채 위기가 발생했고 이 위기는 러시아와 터키까지 확산했다. 2002~2009년에도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결국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와 더불어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금리 내리고 달러 찍어내다…버블 버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는 자산 가격 거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중심으로 거품 정도를 살펴보자. 먼저 채권시장이다.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 상승률의 합이다. 실질금리를 실질경제성장률로 대체하면 명목금리는 명목경제성장률과 같아야 한다. 실제로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1년 동안 명목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평균 4.4%로 명목경제성장률(4.3%)과 거의 유사했다. 2021년 현재 미 의회에서 추정하는 잠재 명목성장률은 3.9%이다. 최근 1.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야기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거품이 발생했다. 미국 자금순환계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시가총액으로 정의하면 2021년 2분기 현재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3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52년 이후 장기 평균인 107%, 2000년 이후 평균인 180%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혁명 거품이 있었던 2000년의 2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일고 있다.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 가격이 2012년 3월을 저점으로 올해 7월까지 9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9%나 개인소득 증가율 49%보다 훨씬 높았다.

윌리엄 페섹 "韓경제가 세계경제 풍향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채가 많고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 저금리와 경기회복이 이를 지탱해줬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마저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로 내세운 2%를 넘어서고 있다. 정책 효과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병목현상으로 각종 중간재에서 소비재까지 공급 차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처럼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도 오는 11월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둔화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세계경제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 OECD는 매월 37개 가입국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를 작성해 6~9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OECD 종합지수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 선행지수에 비해서도 앞서가고 있다. 2000년 1월에서 2021년 9월까지의 통계로 분석해보면 한국의 선행지수가 종합지수에 비해 4개월 선행했으며 상관계수도 0.58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런 의미에서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한국 경제를 ‘세계경제의 풍향계’라고 했다. 예일대 교수인 스티븐 로치도 한국 경제를 ‘탄광 속 카나리아’로 표현했다. 카나리아는 탄광에서 유독가스가 새면 먼저 쓰러져 위험을 알렸다는 새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19년 8월을 저점으로 2021년 7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8~9월에 하락했다. 한국의 선행지수가 2021년 7월에 정점을 기록했는가가 문제이다. 선행지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장단기 금리 차이다. OECD에서는 장기금리로 3년 만기 국채 수익률, 단기금리로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분석해보면 장기금리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용하는 것이 설명력이 더 높았다. 2001년 이후 통계로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장단기 금리 차가 선행지수에 4개월 선행(상관계수 0.50)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선행성이 3개월로 더 짧아졌고 상관계수도 0.62로 더 높아졌다.

장단기 금리 차가 올 5월 1.52%포인트(월평균)를 고점으로 6월부터는 축소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의 3~4개월 선행성을 고려하면 한국 선행지수가 올해 7월에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OECD 종합지수는 한국 선행지수에 5개월 후행했기 때문에 올해 말 이전에 정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그 후 시차를 두고 경기가 둔화할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누적돼온 부채와 자산 가격의 거품을 터뜨릴 수 있다. 세계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필요해 보인다.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과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거친 주식·금융 전문가이다. 현역 시절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지면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하면서 ‘한국의 닥터 둠(doom·파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김 교수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거품 폭락이 일어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현직을 떠난 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등을 지내며 저서 활동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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