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2016년 10월 미르·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 수사 당시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이 확산되는데 일반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고발한 지 보름이 지나서야 참고인 조사에 나서는 등 봐주기 수사 논란이 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검찰청은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기존 형사8부에 특수1부까지 투입했다. 수사검사도 기존 7명에서 15명 안팎으로 늘리는 ‘초강수’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쏟아지는 의혹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결국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5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적 논란, 특히 여권 인사를 둘러싼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는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라면 수사 대상이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에서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검찰의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 수사는 완전 실패다. 지청급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늦장·부실 수사 논란만 키우고 의혹의 실마리조차 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헛발질도 잇따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짓 해명’ 논란만 일으켰다. 결국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국감에서 “불찰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사 초기 화천대유·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정작 의혹의 핵심인 성남시는 제외됐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A·B·C도 모르는 행태”라거나 “의도적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의 비판에 밀려 결국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증거 인멸 시간만 보장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영장 청구 과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가 나온 지 불과 4시간여 만에 김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기각이었다. 피의자 김 씨의 혐의 입증은 물론이고 수사 방어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졸속 영장 청구의 당연한 결과였다.
수사를 이끄는 검찰 수장들의 과거 전력이나 발언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이 지검장은 국감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 ‘그 분’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7시간 만에 다시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꿔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 7일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위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총장이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사건 지휘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과 여권의 검수완박 이후 검찰은 수사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다. 초대형 게이트로 불리는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은 검찰이 수사로 존재감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여전히 정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권력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측면에서 국정 농단 수사 초기때와 데칼코마니라는 말마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논란이 국민적인 분노로 바뀌는 때 검찰은 이미 투명인간이자 권력의 시녀로만 비쳐질 수 있다”며 “현재가 수사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일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