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과 검찰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중복수사로 인한 비효율성 지적이 제기되는 와중 경찰과 검찰의 관계가 검경 수사권 이전의 수직적 관계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오전 ‘대장동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지인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해당 휴대전화는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 사용하던 것으로 안에 있는 내용물을 분석하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유 전 본부장의 예전 휴대전화를 찾고 있던 경찰이 13일 지인 A 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무기 삼아 검경의 수직적 관계를 조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예전 휴대전화를 A 씨가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13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경찰이 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수색에 나서며 경찰은 ‘눈 뜨고 코 베인’ 꼴이 됐다. 검찰은 발부 받은 영장 청구 시점은 13일로 알려졌다. 다만 같은 날 경찰의 영장 신청이 먼저인지, 검찰의 영장 청구가 먼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볼모 삼아 경찰의 수사 속도를 낮추는 등 수직 관계가 형성됐다는 정황은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대장동 의혹 관련 인물의 계좌를 들여다보려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수원지검은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또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 부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같은 사건을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영장 청구는커녕 사건 자체를 넘기라고 요구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려는 경찰은 검찰이 연달아 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으며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없으면 경찰은 의혹과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사라지는 셈이라 수사는 막다른 길에 내몰리게 된다. 신속한 의혹 규명에 나서려는 의지가 있어도 수사할 방법이 모두 가로막히는 셈이다.
일선 수사 경찰관들도 검경 수사권 이후 수사할 사안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됐지만 검찰의 영장 청구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할 필요성과 관련 증거를 제시해도 검찰이 보완하라고 요구하면 수사에 진척이 생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의혹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사안들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없게 된다”며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의 피로감은 더욱 쌓인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책임을 1차적으로 갖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스템처럼 검찰이 언제든 영장 청구권을 무기로 경찰의 수사의 속도를 낮출 수 있는 여건에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 역량을 드러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