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맞으면 에이즈 위험 커진다"…남아공, 긴급사용 거부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제품 규제청(SAHPRA)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긴급사용을 거부했다.

18일(현지시간) SAHPRA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예방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맞은 남성의 경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생길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SAHPRA는 그 근거로 스푸트니크V가 항원을 실어나르는 운반체(벡터)로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 타입5(Ad5)를 들었다.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약물은 두 개의 분리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구조의 조합을 사용한다. 첫 번째 구조는 아데노바이러스 ‘유형 26(Ad26)’이며, 다른 하나는 항원 전달 수단으로서 아데노바이러스 ‘유형 5(Ad5)’이다. 이 중 Ad5가 HIV 감염 위험이 있는 집단에서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SAHPRA는 “이와 관련한 해명자료를 러시아 측에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면서 국내외 과학자들의 자문을 거쳐서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가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자료를 제출할 경우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는 남아공의 우려가 소규모 연구에 따른 것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를 입증할 추가 정보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스푸트니크V 백신은 세계 약 4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으로부터는 관련 허가를 얻지 못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심한 남아공은 HIV 환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현재 남아공은 성인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1,400만 명이 최소 한 차례 접종을 마쳤으며 이번 주부터 12세 이상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