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SM상선이 다음 주 공모에 나선다 . 뭉칫돈을 소화할 수 있는 올해 마지막 조(兆) 단위 기업 등장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투자자들은 관심은 자연스레 SM상선 공모가와 기업가치에 모아지고 있다.
SM상선이 제시한 공모가 상단(2만 5,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약 2조 1,000억 원.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SM상선의 기업가치가 저평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적 개선세에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배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또한 몸 값 산정의 근거가 된 HMM의 시가총액이 전환사채(CB) 관련 이슈로 쪼그라든 점도 SM상선의 공모가 할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도 있다.
◇'PER 2배’ 공모주?…내년까지 실적 개선 이어질 듯
SM상선 공모가가 저평가됐다는 시각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대강 한번은 들어본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꼽힌다. SM상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7,076억 원, 영업이익 3,090억 원이다. 지난 한해 매출 1조 328억 원, 영업이익 1,406억 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개선세다. 물론 이미 알려진 실적만으로 SM상선의 공모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은 큰 힘을 받기 어렵다.
관건은 올해 하반기 실적과 내년 상반기 실적이다.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몇 년 뒤 실적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 실적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는 물동량과 운임 지수 등을 근거로 SM상선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상반기 이익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약 3,000억 원. 이 같은 예측대로라면 당기순이익 1조 원도 기대해 볼만 하다. SM상선이 1조 원의 이익을 거둔다면 공모가 기준 PER 배수는 2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실적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M상선이 주력으로 하는 미주 서안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지난 2019년 1,687포인트에서 올해 10월 현재 6,300포인트대까지 치솟았다. 항만 적체와 컨테이너 박스 부족, 스케줄 지연 등으로 해운 공급 체계가 붕괴됐고 당분간 물동량 회복 추세와 맞물려 고운임 시황이 지속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 리포트에서 “운임 상승세는 멈췄지만 공급부족은 해소되지 않았다”라며 “항만적체 등 물류대란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 지금의 공급부족은 해를 넘겨 지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주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물류대란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SM상선도 증권신고서에 비슷한 내용을 명시했다. “해상물동량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2021년 백신 보급 등으로 IMF의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난 4월 발표 당시 4.4%에서 4.9%로 0.5%포인트 상향조정 됐다”고 밝혔다.
◇CB에 짓눌린 HMM 주가…SM상선, 공모가 할인 ‘승부수’
당초 업계에서는 SM상선의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상장 몸 값이 3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회사 측도 내심 몸 값 3조 원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6일 증권신고서 제출과 함께 확인된 SM상선의 몸 값은 예측보다 30% 이상 할인된 2조 1,000억 원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본업과 관련 없는 HMM 주가 하락에 SM상선이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HMM 주가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보통주로 전환될 것이란 우려에 발목 잡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는 약 4억 주인데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CB와 BW가 6억 1,960만 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본업과는 관련 없는 주가 하락이다. HMM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 3,347억 원, 영업이익 2조 4,082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SM상선은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HMM의 시가총액을 참고했다. 결국 유통 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HMM의 주가가 빠진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HMM의 CB가 전환, 혹은 상환됐다면 (HMM의) 시가총액이 지금보다는 높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며 “불확실성에 HMM 주가가 저평가 됐고, 결국 SM상선이 공모가 30% 가량 할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증권가가 바라보는 CB·BW 신규 주식 전환을 가정한 HMM의 주가 추이는 어떨까.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리포트를 통해 내년까지 2억 8,364만 주가 신규 전환된다고 가정하고 적정 주가를 4만 7,000원으로 제시했다. 2022년 예상 실적 기준 PER는 4.9배를 적용했다. 현재 발행주식 수가 4억 주 가량임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이 3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반면 SM상선이 공모가 산정에 적용한 HMM 시가총액은 약 13조 6,000억 원. 본업과 관련 없는 HMM의 주가 하락 이슈에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산정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IPO 관계자는 “물동량 변동 변수와 HMM의 주가 추이 등 여러 변수를 볼 때 SM상선의 공모가가 비싸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무리 회사 사정이 좋아도) 투자자들에 이를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절차가 선행되야 주가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