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결정’의 형태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주택보유자에게 물리는 보유세 등 부동산세 도입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만 전인대 ‘결정’의 집행력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고 덩달아 부동산세 도입에 대한 내부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2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제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31차 회의에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세(房地産稅) 개혁 시범사업에 관한 결정’이 의결됐다. 이번 ‘결정’에서 전인대는 중앙정부 조직인 국무원이 부동산 시장 상황 및 토자 활동 등을 고려해 부동산세 적용 시범지역을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도시의 주거용 및 비주거용 부동산에 한정되며 반면 농촌 토지·주택은 제외했다.
결정은 “국무원과 관련 부서, 시범지역 지방정부는 과학적이고 실행 가능한 징수관리 모델과 절차를 수립할 것”을 규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무원과 시범지역 지방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 기간(2021~2025년) 동안 부동산세 적용 시범지역을 통해 실제 부동산세를 효과를 적용해볼 수 있게 됐다. 성과가 있을 경우 추가 전인대 결정을 통해 이를 확대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토지국유제를 기본으로 한다. 이에 따라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국민들은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인 아닌 ‘사용권’만을 보유하고 또 거래대상으로 삼는다. 국제적으로 이례적인 조치가 적용되는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명목상 이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토지 및 주택의 사용권을 ‘소유’ 대상으로 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바로 세금 문제다. 주택(즉 사용권)을 사고 팔 때의 거래세 등 각종 부가세를 물리지만 대표적인 부동산세인 보유세가 없다. 때문에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해도 세금 면에서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근본 이유다. 이와 함께 세금구조가 법률이 아닌 지방정부 조례로 정해진 경우가 많아 지역마다 들쑥날쑥 한 것도 문제다.
중국이 부동산세의 법제화와 강화에 나선 이유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상하이와 충칭 두 도시에서 고가 호화주택에 대해 ‘방산세(房産稅)’라는 이름으로 보유세를 시범도입했지만 실제 적용사례는 극소수에 그쳤다. 이후 보유세 도입 논란은 계속됐지만 토지국유제 원칙과 세금 징수 방식 및 세목 등의 논란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는 도중에 중국이 올해 ‘전면적인 샤오캉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다음 단계로 ‘공동부유 추진’을 내세우면서 부동산세 도입 과제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일단 집값을 안정시켜 빈부격차와 주거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결정’이 당초 중국 정부의 공언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주목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월17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추진하겠다”면서 “부동산세의 입법과 개혁을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전인대의 결정으로 부동산세 도입논의는 국무원 사업차원으로 후퇴하는 등 실제 입법 추진 약속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최근의 중국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 중국 경기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데다 헝다 사태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9월 신규 주택가격이 0.08%(전월대비) 하락했다. 가격 하락은 2015년 4월 이후 6년여만에 처음이다. 9월 중국의 주택판매액도 16.9%(전년동기 대비)나 줄어드는 등 석달째 하락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부동산세 전국 도입이 공산당 내부의 강한 역풍으로 후퇴할 전망이고 시범 도입 대상이 당초 계획상의 30개 도시에서 10여개로 축소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전인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무원의 시범지역 선정과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진전이 없을 수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