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탈원전이 불러올 재앙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韓, 2050년 480GW 태양광 만들려면

전국 도로 1.3배 패널 매일 닦을 판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사용 불가능

유럽이 왜 원전 회귀했나 짚어보길






탄소중립위원회 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오는 2050년 태양광 설비가 480GW(기가와트)다. 반면 유럽연합(EU)의 2050년 태양광 설비는 약 600GW에 불과하다. EU 면적은 우리의 40배가 넘고 인구와 경제 규모는 10배 가까이 된다. 북유럽과 알프스의 대규모 수력을 보유하고 프랑스의 원자력이 건재한 EU의 총 태양광 설비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니 수력도 시원찮고 탈원전도 한다는 우리의 전력 수급 불안정은 이미 확정적이다. 석탄 화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없고 원자력마저 사라지니 더운 여름밤과 추운 겨울밤은 에어컨도, 난방도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여름 장마 동안은 수주간 안정적으로 전기 쓰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여의도 면적의 800배에 이르는 태양광 패널에 쌓인 눈을 새벽부터 치워야 그날 전기를 쓸 수 있다. 전국 도로 총면적의 1.3배에 이르는 패널을 아침 출근 전에 모두 닦아야 그날 전기를 쓸 수 있다면 이건 재앙이다. 생활 불편은 그렇다 치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있을까. 공장 기계가 눈 오면 멈추고, 비 오면 놀고, 밤에 자고. 기업은 살 수 없다. 이러니 탄소 중립을 앞장서서 외치는 유명 대기업조차 자체 LNG 발전소 건설을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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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하루치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비용이 1,000조 원에 이르고 10년 수명이니 10년마다 반복 투자가 돼야 한다. 하루치가 1,000조 원인데 도대체 며칠분을 저장해야 걱정을 하지 않고 쓸 수 있을까. 1경, 2경 원이면 가능할까. 태양광 480GW를 만들려면 300조~500조 원 정도의 설치 비용이 드는데 하루치 배터리 비용이 1,000조 원이면 차라리 태양광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태양광이 공짜라도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가스 발전이나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절름발이 태양광의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이 자연이 주는 간헐성이다. 하루에 해가 6번 뜨지 않는 이상 극복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조건에서 태양광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수준에서 적당히 해야 한다. 차라리 원자력 발전소 300조 원어치를 건설하면 똑같은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이 남을 때 수소로 만들어 저장하는 것도 경제성이 없다. 태양광이 남는 하루 2시간 남짓을 운영하고 나머지 22시간은 놀아야 한다. 만약 원자력으로 수소를 만든다면 하루 24시간 가능하다. 어느 쪽이 경제적일지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태양광은 여건 좋은 외국 태양광에 비해 이용률이 절반이므로 수소도 2배 비쌀 수밖에 없다. 국산 수소가 수입 수소에 비해 2배 비싼데 국산을 쓸 수가 없다. 화석연료 수입국에서 수소 수입국으로의 에너지전환이다. 이것을 바라는가.

그래서 능력이 되는 나라는 원자력발전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미국이 원자력 살리기에 발을 벗고 나섰고 미래 원전 스타트업도 수십 개에 이른다. 풍력에 바람 맞고 가스에 데인 유럽도 원자력으로 돌아서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 건설과 미래 원전을 개발하면서 폴란드에 3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 지원도 제안했다. 바람 좋은 영국도 생각을 바꿔 신규 원전 건설과 미래 원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회의 공동연구소가 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원전 위험성은 해상 풍력과 비슷하며 운영 중 건강 영향은 모든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보다 적다. 결국 유럽이 원전으로 돌아선 것은 원자력이 안전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빨리 탈원전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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