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테슬라 투자 대박, 한국서도 가능할까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장 중 910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3분기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경이로운 성장성이 다시 주목받은 덕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20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당 1,000달러를 훌쩍 넘었고 2020년 8월 5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한 후로도 1년여 만에 다시 ‘천슬라’ 달성을 눈앞에 뒀다. 이 기간 수익률만 무려 2,000%가 넘으니 말 그대로 ‘초대박’을 친 셈이다.

테슬라를 보고 있자면 여러 투자 구루들이 언급한 장기 투자의 위력이 실감 난다. 예컨대 ‘주식의 신’으로 불리던 헝가리 출신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자기 돈으로 우량주 몇 종목을 산 다음 수면제를 먹고 몇 년간 푹 자라”고 했다. 코스톨라니의 조언처럼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테슬라를 수년간 장기 보유했던 투자자들이라면 지금쯤 경이로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국내 증시로 눈을 돌리면 장기 투자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다. 코스피 대형주 혹은 코스닥 성장주를 몇 종목 보유해서 몇 년간 푹 잠들 경우 테슬라 주주들처럼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선 한국 경제의 특성상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커 외부 악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또 주식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글로벌 자금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하지만 이런 태생적 약점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주주들과의 상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보이는 기업들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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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기 속에서 회사·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는데 우선 ‘기업 쪼개기’가 있었다. 배터리 등 신사업 성장성을 보고 기업 주식을 매수했는데 알짜 산업만 분리해 다시 증시에 상장시키는 ‘물적 분할’을 단행하며 주주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된 사례가 줄줄이 이어졌다. ‘거품 공모’는 또 어떨까. 공모주 투자가 개미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점점 공모가를 부풀리기 시작했고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내려앉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최근 공모주 투자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말이 많은데 이는 전적으로 기업들의 공모가 부풀리기가 초래한 결과다. 또 주가가 조금 올랐다 싶으면 어김 없이 증자나 전환사채 등을 발행하거나 자사주를 매각하는 행태, 경영진의 느닷없는 ‘빅배스(대규모 손실 반영)’ 결정으로 인한 ‘어닝 쇼크’, 갑작스러운 ‘배당 컷(배당 삭감)’ 등도 모두 주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개인들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상장 기업과 주주는 자금을 투자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일종의 ‘파트너’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한국 기업은 주주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듯 보인다. 이래서야 주주와 기업이 서로를 믿고 장기간 함께하며 혁신을 탄생시킨 테슬라의 사례가 한국에서는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김경미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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