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노태우 前 대통령 별세]농어민·자영업자까지 혜택…'전국민 의료보험 시대' 열어

■의료보장 체계 완성

의료보험 조합 만들고 국고 보조

적용대상 전국민 94.2%로 확대

직장-지역의료 통합엔 거부권도

지난 1989년 3월 전국의료보험조합원이 의료보험회관 강당에서 의료보험 통합 법안 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지난 1989년 3월 전국의료보험조합원이 의료보험회관 강당에서 의료보험 통합 법안 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코로나19 시대 ‘K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전국민의료보험’ 시대의 기틀은 노태우 정부 들어 완성됐다. 지난 1963년 박정희 정부 당시 의료보험법이 제정된 이래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차츰 확대되며 농어민과 도시 자영업자까지 복지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1987년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선 후보는 전국민의료보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의료보험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지만 공무원이나 대규모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 등에 한해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던 시절이었다. ‘유전무병 무전유병’이라는 말도 회자될 정도였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1988년 7월 5인 이상 근로자의 사업장까지 직장의료보험이 적용되도록 했다. 의료보험이 이토록 신속하게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기업의 순응도가 높은 조합주의 방식이 꼽힌다. 의료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고용주 입장에서 부담이었던 측면도 있지만 기업별 의료보험은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복지 시스템으로 인식됐다. 아울러 기업 내에 쌓이는 의료보험기금은 은행 대출금의 담보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민의료보험 시대로 나아가기에 여전히 ‘구멍’이 있었다. 의료보험료 납부 능력이 떨어지는 농어민, 도시 자영업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고를 열었다. 1989년 시군구 단위 지역별로 의료보험 조합을 결성하게 하고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보험료 수입의 50%를 국고로 보조한 것이다. 그 결과 도시 지역 135개, 농어촌 지역 92개의 의료보험조합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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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당시 의료보험 적용 대상은 전 국민의 94.2%로 대폭 확대됐다. 한국경제 60년사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던 1981년에만 해도 의료보험 대상자는 전 국민의 30%를 넘지 못했다. 의료보험 대상 인구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 인구를 포함하는 의료보장 체계가 확립됐다는 평가가 당시 나왔다.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던 문태준 전 장관은 ‘노태우 대통령을 말한다’라는 책에서 전국민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노 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였다고 회고한다. 문 전 장관은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홍보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규모의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적도 있다”고 적었다.

물론 한계도 지적된다. 바로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의 통합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당시 통합 반대론자들은 농어촌 지역 저소득층 노인의 가입률이 높은 지역조합의 경우 의료 수요가 높아 재정이 악화된다는 점을 들어 직장조합의 재정 상태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통합 찬성론자들은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을 통합해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소득재분배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9년 국회는 통합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통합이 무산됐다. 결국 의료보험 통합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으로 약 10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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