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뉴요커의 아트레터]슈퍼컬렉터의 블록버스터급 전시

'세계 200대 컬렉터' 슈퍼컬렉터 피터 브랜트

바스키아·피셔 등 블록버스터급 전시 꾸준히

코로나後 재개관…줄리안 슈나벨 최신작 선봬

신(新) 표현주의의 거장 줄리안 슈나벨이 빈센트 반고흐의 초상을 재해석한 작품이 뉴욕의 비영리 전시공간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에서 전시 중이다.신(新) 표현주의의 거장 줄리안 슈나벨이 빈센트 반고흐의 초상을 재해석한 작품이 뉴욕의 비영리 전시공간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에서 전시 중이다.




피터 브랜트(Peter M. Brant)는 불가리아 유대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신문을 인쇄하는 사업을 했는데 성인이 된 후 피터 브랜트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다. 그는 탁월한 사업 감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켰다. 단순 신문 인쇄뿐만 아니라 제지 사업의 영역에도 뛰어들어 북미지역 2위의 거대한 제지 회사로 발전시키는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신문 인쇄 사업의 쇠퇴를 목격한 그는 예술 잡지 출판 영역에 도전한다. 앤디 워홀이 설립한 예술 잡지 ‘인터뷰(Interview)’를 워홀이 사망한 후 인수해 출판을 이어나갔고, 2000년대 들어서는 디자인·인테리어·건축 분야를 다루는 ‘앤티크(Antiques)’와 ‘모던(Modern)’ 잡지를 개편해 출판하고 있다.




'세계 200대 컬렉터'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피터 브랜트는 뉴욕에 비영리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의 막강하고 방대한 컬렉션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세계 200대 컬렉터'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피터 브랜트는 뉴욕에 비영리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의 막강하고 방대한 컬렉션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피터 브랜트는 방대한 아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야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컬렉터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캐디 놀란, 제프 쿤스, 댄 플래빈 등의 작품도 상당량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그는 199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비영리기구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The Brant Foundation)’을 설립했다.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에서는 아트 스터디 센터를 운영함과 동시에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대지 미술의 거장 월터 디 마리아가 스튜디오로 사용한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2019년부터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 지점은 개관한 이래로 블록버스터급 장 미셸 바스키야의 회고전과 우르스 피셔의 전시를 기획해 평소 보기 힘든 상당수의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던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이 최근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의 전시로 다시 개관했다. 전시는 ‘다른 이들의 초상화들(Self-Portraits of Other)’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됐다. 전시에 포함된 그림은 슈나벨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작업한 시리즈로 반 고흐, ,프리다 칼로, 카라바지오의 초상화를 재해석한 최신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뉴욕의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이 거장 줄리안 슈나벨의 최근작들로 코로나19 이후 재개관전을 열고 있다.뉴욕의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이 거장 줄리안 슈나벨의 최근작들로 코로나19 이후 재개관전을 열고 있다.



줄리안 슈나벨은 추상 표현주의와 팝아트 장르 사이에 있는 신(新) 표현주의 경향에 해당하는 아티스트로, 데이비드 살레와 필립 거스톤과 같은 장르로 여겨진다. 그는 앤디 워홀, 제스퍼 존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같은 거장을 발굴해 낸 전설적인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의 그룹전에 들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산산 조각난 접시 파편들을 나무 패널 위에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슈나벨의 특유의 페인팅 기법인 ‘접시 페인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히 평면 회화라고 지칭하기 곤란할 정도로 명백한 입체감을 지니며, 그림을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형태로 깨진 접시 형태가 올려져 있어 불규칙한 볼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접시 페인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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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에서 한창인 줄리안 슈나벨의 개인전 전경. 유명 화가들의 초상화를 특유의 기법으로 재해석한 최근작들이 전시 중이다.뉴욕의 '더 브랜트 파운데이션'에서 한창인 줄리안 슈나벨의 개인전 전경. 유명 화가들의 초상화를 특유의 기법으로 재해석한 최근작들이 전시 중이다.


그러한 그의 시그니처 ‘접시 페인팅’ 스타일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어렸을 적부터 존경하던 화가 반 고흐, 카라바지오,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와 만났다. 무엇보다도 이번 최신작 시리즈는 그의 영상 작업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프랭크 게리, 장 미셸 바스키아, 반 고흐 등 여러 유명 대가의 전기를 다루는 필름을 제작하는 프로듀서로서도 명성이 높다. 2018년 반 고흐에 관한 전기를 다룬 ‘At Eternity’s Gate’가 개봉하기 전, 슈나벨은 반 고흐와 조금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반 고흐의 초상화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슈나벨은 반 고흐와 형용할 수 없는 교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평소 어렸을 적 존경하던 화가 카라바지오와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까지 그리게 되었으며, 모든 초상화 시리즈가 이번 전시에 포함되었다. 어찌 보면 이번 전시는 그가 작업하는 필름의 과정을 드러내주는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파편적인 이미지이지만 멀리서 보면 전체적인 형상을 알 수 있는 그의 ‘접시 페인팅’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필름과 페인팅을 아우르는 그의 통합적인 작업 철학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 층으로 구분돼 있다. 맨 꼭대기 층에는 반 고흐의 푸른색 계열의 초상화, 2층에는 반 고흐의 붉은색 계열의 초상화, 1층에는 카라바지오,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어 차례대로 각기 다른 인물과 색의 슈나벨의 초상화를 차례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올해 12월 30일까지 열린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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