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핵 옵션’이 다시 논의되는 이유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1991년 한반도에서 미국 전술핵이 철수하고 남북이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비핵화 선언을 한 이후 핵 옵션 공론화는 금기시돼왔다. 하지만 최근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왜 그럴까.

북한은 그동안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특히 2017년 수소폭탄 실험과 ICBM 시험 발사는 우리를 핵우산 딜레마에 빠뜨렸다. 과거 프랑스가 미 핵우산이 파리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독자 핵 무장에 나섰 듯 우리도 같은 질문에 당면하게 됐다. 미 핵우산이 과연 현실화된 북 핵 위협을 막아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면서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나토식 핵 공유다. 러시아의 핵 위협으로부터 유럽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다. 나토에 장관급 핵 기획 그룹을 두고 독일 등 5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으로, 핵무기 사용에 대한 권한은 미국이 갖되 결정 과정에 유럽 국가들의 발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와 유사하지만 전술핵은 한반도 밖에 배치하는 한국형 핵 공유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핵 공격을 하면 반드시 핵 보복을 당할 것임을 확신시켜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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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도 북한의 핵무기 사용 차단 목적이 있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의 핵 공격 시 미 본토의 ICBM이나 핵폭탄 탑재 전폭기로 반격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돼 있으면 핵 반격은 더욱 확실하며, 따라서 북한은 핵 공격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억지가 심리 게임임을 감안할 때 일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적 핵무장이다. 이 경우 핵확산금조약(NPT) 탈퇴와 그로 인한 국제적 고립, 한미 동맹 균열, 원전 연료 공급 차질 등 많은 제약이 있어 쉽게 결단하기 어렵다. 다만 NPT 10조는 ‘지상이익(supreme national interests)’이 위험에 처할 경우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는 “북 핵 위협에 처한 한국이 이 조항을 원용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핵 공유까지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아무 노력도 않을 것인가. 일본에서도 주미 일본 대사를 지낸 대표적 동맹론자 가토 료조가 2018년 “동맹이 공동 운명을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북 핵 위협에 맞서 핵무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4년 반 동안 북한은 수소탄 실험과 ICBM·SLBM 시험 발사에 이어 신형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개발했다. 전술핵 개발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엄중한 안보 현실은 외면한 채 “북 핵 위기를 평화의 문을 여는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는 뚱딴지같은 말만 하고 있다. 이제 북 핵 위협에 맞서 핵우산을 강화할 방법을 고민할 때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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