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D램 겨울 시작됐나…10월 고정가 9.51% 급락

2년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

3.71달러로 1년만에 하락세

메모리 업황 불안 현실화 우려


10월 D램 반도체 가격이 10% 가까이 급락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황 고점론이 현실화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버 교체와 정보기술(IT) 기기 확대 등으로 수요가 계속 많아지는 만큼 이번 숨 고르기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반도체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DDR4 8Gb 고정 거래 가격은 이달 평균 3.71달러로 지난달(4.10달러) 대비 9.51% 급락했다. 지난 2019년 7월(-11.18%)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메모리카드·USB용 128Gb)은 평균 4.81달러로 올 7월 이후 넉 달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고정 거래 가격은 주요 PC 제조사와 스마트폰 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등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할 때 산정하는 일종의 도매가격으로 전 세계 반도체 대부분이 이런 형태로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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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D램 가격은 201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달러 안팎을 유지하다 4월 3.80달러로 훌쩍 뛰어오른 뒤 7~9월 4달러대로 초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특수를 누렸던 노트북과 PC 수요가 꺾이고 최근 부품 공급 문제로 PC 및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올해 4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약세를 전망했는데 이것이 현실화한 것이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 가격이 4분기에 하락세로 전환한 뒤 내년에는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3~8% 떨어지고 내년 평균 가격은 올해보다 15∼20% 낮아질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이달 하락 폭은 9.51%로 예상보다 크다.

D램 시장에 겨울이 시작된 셈인데, 반도체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 사이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제조사들의 경우 가격에 대응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점유율 43.2%)와 SK하이닉스(28.2%)는 이번 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한목소리로 수익성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가격 하락기에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치킨 게임’식 물량 풀기를 자제한다는 의미다. D램은 과점 시장인 만큼 공급자가 상당한 시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4분기 D램 출하량을 3분기보다 늘리지 않겠다는 방향을 제시했고 4분기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며 “시황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추세적으로 D램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 점증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점도 이번 ‘겨울 사이클’이 짧게 지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지지한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경험한 디지털 방식이 우리 생활에 스며들며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 탄탄한 메모리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 투자 업계는 내년 하반기 이후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부품 수급 문제로) 세트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메모리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면서도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 폭이 줄고 (삼성전자의) 재고도 낮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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