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S공포(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가 밀려오는데 정부와 여당은 대선을 의식한 현금 살포 궁리만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0%로 1분기·2분기(6.3%·6.7%) 대비 3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제조업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값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견조하던 미국 경제마저 휘청이는 것이다. 미국은 4분기 중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갈 예정인데 긴축의 약발이 듣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 악몽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0.3%로 급락하는 등 비상등이 켜졌는데도 정부는 자화자찬을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기 지표를 나열하며 장밋빛 진단을 하더니 홍남기 경제부총리까지 “경기 흐름에 긍정적 요인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여당 대선 후보는 한술 더 떠 ‘대장동 개발 특혜’ 파문의 타격을 만회하려는 듯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방안을 꺼냈다. 그는 “제가 코로나19 초기에 재난지원금이 최소한 1인당 100만 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지원금 규모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선 전에 지원금이 지급된다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27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이 10만 원으로 너무 낮다”며 보상액 증액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경기지사 재직 중에도 정부 방침과 달리 전 도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여 도 재정을 악화시켰다. 또 수십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재정 포퓰리즘 공약을 잇따라 내놓았다.
주요국들은 경제 위기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전쟁’에 버금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급망 대란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31일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현장에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퍼펙트 스톰을 눈앞에 두고도 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현금 살포 행위만 거듭하고 있다. 이러다 아무런 방파제도 없이 폭풍우를 맞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