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 둔화 흐름이 9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에서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물이 쌓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9~10월은 부동산 비수기로 거래가 줄어드는 편이지만 서울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유독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2030세대가 집중 매수했던 서울 외곽 아파트들이 가격 급등 이후 최근 대출 규제 및 매수 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받으며 거래 절벽이 심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도봉구 아파트 거래량은 83건에 그쳐 지난 1~8월 평균 거래량 197건과 비교해 절반 이상(57.9%) 감소했다. 인접한 강북구는 9월 거래량 48건을 기록하며 1~8월 평균에 비해 반토막(51.5%)이 났다. 강서구(51.0%)·노원구(47.4%) 등도 거래가 크게 줄었다. 이들 4개 지역은 서울 내 거래량 감소 1~4위를 차지한 곳이다. 9월 서울 전체 거래량이 2,678건으로 1~8월 평균(4,358건)에 비해 38.5% 줄어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줄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들 지역에서는 매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 통계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도봉구 매물은 1,540건으로 3개월 전(1,134건)에 비해 3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원구 21.6%, 구로구 16.6%, 강북구 12.3% 등의 순으로 매물 증가율이 높았다. 서울 전체로 봤을 때 매물이 4만 1,239건에서 4만 3,575건으로 4.2%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증가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대출 규제’를 꼽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중저가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이 높았던 지역”이라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2030세대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서구로 매수인의 51.9%가 30대 이하였다. 노원구(49.0%)와 관악구(47.2%) 등 다른 외곽 지역도 청년층 매수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최근까지의 집값 급등세에 따른 숨 고르기 현상으로 거래 시장이 얼어붙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노·도·강,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최근 1~2년 서울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지역들”이라며 “지난해 가격이 급등했던 세종 아파트 시장이 조정장에 들어섰 듯 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한파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봉구 창동역 인근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최근까지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매수를 망설이던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량 감소 및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급격하게 위축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 지역의 매도자는 현재 집을 처분하고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아 급매물이 늘어날 여지는 크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