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DMZ 철조망을 잘라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에 대해 의견을 나누가 선물을 교환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10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만난 바 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든지 다시 오십시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방문 때 교황님께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축복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항상 기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천주교회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고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했다”며 “기후 대응과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계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나는 한국인들을 늘 내 마음속에 담고 다닌다. 한국인들에 특별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면담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독 면담에 이어 서로 선물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리는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의 십자가 136개를 두고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이라며 “두 개의 68년이 하나로 합쳐져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취지와 제작과정을 담은 USB도 함께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공방에서 제작한 수세기 전 성 베드로 광장의 모습을 담은 기념패와 코로나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도를 한 사진과 기도문이 담긴 책자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에 김정숙 여사는 “텅 빈 광장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가슴아팠다”고 반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