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펑셔널리티(multifunctionality)’, 뜻을 찾아보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나온다. 이 용어는 20여년 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논의를 거쳐 ‘보통명사’화됐다. 농업이 농산물 생산 이외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노란 유채밭, 가을의 황금 들녘 등 경관 보존 기능, 홍수 방지 기능, 농촌 사회 유지 기능 등이다.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부가가치(2020년 28조 원)와 비슷한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한때 쌀 시장 개방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쌀’은 2015년부터 관세화로 개방됐으나 한 톨의 쌀도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농산물 수출국은 자유무역 질서에 따라 수출을 늘리려 하나 우리와 같은 농산물 수입국은 그 반대다. “국내 농업이 경쟁력이 없어도 일정 수준 국내 생산과 다원적 기능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농민에게 ‘경관직접지불’ 등 소득 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보조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된다.
요즘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의 한가운데 있다. 2년의 방역 조치 속에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다행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진전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은 기업체 기준으로 600만이 넘고 종사자는 9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소상공인은 ‘규모의 경제’ 적용과는 거리가 있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소상공인의 ‘다원적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은 직접 경영 활동을 통해 연 900조 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소상공인의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주변에서 일상생활이 잘 돌아가도록 해주고 있다. 지역사회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전통 시장, 도·소매업, 통신판매업 등은 구석구석 소비재를 전달해준다. 우리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닌다. 주말 카페에서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낸다. 택시는 목적지에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시켜 준다. 이러한 모든 것이 소상공인들이 수행하는 사회적·공익적 기능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 공단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산출 방법부터 범위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다. 금액으로 나타내기까지 지난한 산출 과정과 토론이 필요하다. 시사점까지 찾아야 한다. 사회의 한 곳에서 묵묵히 ‘천직’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작업이다.
소상공인 지원은 ‘시혜적 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이 우리 경제·사회의 기틀을 구성하고 떠받쳐주는 역할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소상공인들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그에 합당한 지원을 해야 한다.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