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① 與 "과감한 투자" 野 "12조 삭감"…文 '한국형 뉴딜' 난타전

■여야 '604조 예산전쟁' 4대 쟁점

② '이재명 예산' 15조+α 확보

與 '한국형 뉴딜' 예산 고수할수록

李 전국민재난지원금 여력은 줄어

③ 사상 최대 예산 추가 증액

與 세수확대 빌미로 예산 늘릴수도

野 "국가채무비율 50% 넘어" 반기

④ 선거용 예산엔 여야 맞장구

민생예산 챙기며 재정악화는 방치


여야가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오는 2022년 예산안이 오르자마자 정면충돌했다. 2022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가 낸 마지막 나라 살림 계획서로 사상 최대인 604조 4,000억 원이 편성돼 있다. 여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한국형 뉴딜’ 사업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모두를 지켜야 할 상황이다. 한국형 뉴딜은 33조 7,000억 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1인당 30만 원 지급을 가정해도 15조 6,000억 원으로 약 49조 원 이상이다. 역대 최대로 짜인 예산안 총액을 더 늘리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다. 반면 국민의힘은 “100대 문제 사업을 선정해 12조 원을 깎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종배 국회 예결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이종배 국회 예결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①文 ‘한국형 뉴딜’ 정면충돌=야권은 예상대로 문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한국형 뉴딜 사업을 정조준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당 소속 예결위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예산안의 5대 주요 분야, 100대 문제 사업을 선정했다”며 “미래 세대와 차기 정부에 부담과 빚을 떠넘기는 주요 예산 12조 원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1,212개의 사업 가운데 신규 사업인 304개의 예산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2022년 예산은 차기 정부가 사용한다.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으로 내세운 한국형 뉴딜의 신규 사업을 떠안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에 출자하는 뉴딜펀드(6,40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6,600억 원) 예산 등이 주요 삭감 대상이다. 여당은 “미래형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라며 원안 고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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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최저 ‘15조 원+α’ 이재명 예산=문제는 여당이 한국형 뉴딜 예산을 고수할수록 차기 권력인 이 후보가 약속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지는 점이다. 이 후보는 “30만 ~50만 원 정도는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만 원만 가정해도 15조 6,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예산을 마련하려면 기존에 편성된 예산을 삭감하거나, 국채를 더 찍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예산안을 12월 국회에서 넘긴 뒤 내년 1월 추경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대선 국면이 한창인 시기라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체 예산 604조 원 가운데 복지와 지방교부금 등으로 매년 의무적으로 늘어나는 예산만 301조 원(49.8%)으로 절반에 달하고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303조 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6.2%(49조 3,000억 원), 국방 예산(55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현 대통령과 대선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꼭 이 돈을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심사의 핵심은 대선 주자의 공약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재난지원금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며 “여당 후보가 예산 국회 시작을 하루 앞두고 이미 제출된 예산을 흔들며 정부에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③사상 최대 예산 추가 증액=여당은 벌써 우회로를 열고 있다. 역대 최대로 짜인 604조 원의 예산 자체를 늘리는 계획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부터 불을 지폈다. 송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이상 더 걷힐 예정이다. 이 재원을 기초로 국민들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세수 확대를 빌미로 예산 자체를 늘릴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걷힐 세금(세입)을 확정하고 쓸 돈(세출)을 정하는 구조다. 정부의 방역 완화로 세수가 더 걷히는 쪽으로 예산안을 세부 조정하면 세출을 늘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의원은 “내년 예산은 최초로 국가 채무 1,000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50%를 동시에 돌파하는 최악의 예산”이라며 예산 총액 삭감을 주장했다.

④선거용 예산에는 맞장구=여야가 ‘예산 야합’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를 앞둔 여야가 민생 예산만 챙기고 재정 악화는 방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당은 약 1조 8,000억 원으로 편성된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산이 턱없이 적다는 입장인데 야당도 “청년 구직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그리고 농어민 등의 예산이 증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동조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예산안을 평가하며 지역 화폐 예산을 두고 “상품권 공화국을 만드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날 예결위원들이 공동으로 낸 입장문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앞장서서 돈을 못 주겠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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