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무증은 수익 맛집?…한달은 지나야 돈 번다

[최근 5년 코스닥사 무증 후 주가 보니]

일주일 수익 -7%…한달후엔 9.7%

올 무증 104곳, 작년보다 33% 늘어

무증 주식 따라 투자하기 성행도

"공시 등 분석해 중장기적 접근 필요"





비즈니스온·이오플로우·이미지스·SK케미칼….



최근 주주가치를 높이고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무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들이다. 국내 증시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난 우려로 지지부진하면서 주가 부양을 노린 기업들이 앞다퉈 무증을 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증시에서 무증을 발표한 기업 수는 104곳으로 지난해(78곳)보다 무려 33%나 늘었다. 지난 2019년(55곳)과 비교해서는 89% 급증한 것이다. 무증 공시 한 줄에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널뛰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무따(무증 주식 따라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 무증은 개미들의 ‘수익률 맛집’ 역할을 했을까. 최근 5년간 무증 투자 열기에 올라탔던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어떠했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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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2016년~2021년 10월)간 무증을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 381곳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무증 발표 이후 한달이 지난 시점의 누적 수익률이 평균 9.73%로 가장 높았다. 2주 후가 5.4%로 뒤를 이었으며 1년 후에도 4.3%를 기록했다. 반면 무증 발표 1주 뒤 수익률은 -7.35%로 오히려 손해였다. 무증 발표 이후 단기보다 중장기 투자 목적에서 주식을 샀다면 평균 수익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당일 반짝 상승 후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 상장 업체인 해성티피씨(059270)가 그 경우다. 9월 28일 해성티피씨는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증을 실시하겠다고 공시했고 다음날 이 회사의 주가는 로켓처럼 치솟아 전날보다 29.76% 상승한 2만 4,2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튿날에는 주가가 5% 넘게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무상증자는 원래 주식 수만 증가할 뿐 기업 가치나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리는 바람에 주가가 급등했으니 차익 실현을 위해 단기간 내 다시 팔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무상증자가 주식 투자의 인센티브 부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는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는 않는 만큼 단기간 뛴 주가가 대부분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공시의 배경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성장성이 좋거나 꾸준하게 주주 환원책을 펼쳐왔는지 여부를 따져봐야한다는 것이다. 올 8월 무증을 결정한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112040)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바일게임 ‘미르4’의 글로벌 흥행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시스템 도입 등으로 상승 모멘텀을 충분히 확보했다. 이에 한 주당 가격을 절반으로 내렸는데(권리락)도 불과 보름여 만에 무증 전 가격을 따라잡았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면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적자 기업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적자를 기록한 제넨바이오(072520)는 올 1월 무증 발표 이후 주가가 약 74% 내렸다. 아이큐어(175250) 역시 2월 무증 이후 약 38% 하락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은 “무증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묻지 마 투자보다는 무증을 발표한 기업의 뉴스와 공시를 세밀하게 분석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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