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석탄 발전설비를 늘린 것이 ‘탈(脫)석탄’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2011년 ‘블랙아웃 포비아’를 겪은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석탄 발전 확대를 장려한 것이 탄소 중립 시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당시의 정책 결정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이에 대해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석탄 발전 확대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당시에는 석탄과 같은 화력발전 보급 확대가 뒷받침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정부는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오는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결국 그때는 맞았던 정책이 지금은 틀린 셈이 된 것이다.
문제는 석탄의 빈자리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메울 경우 또 다른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원자력발전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은 질소산화물 발생 등에 따른 지역주민의 반대로 추가 발전소 설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석탄 발전 가동이 줄어드는 만큼 정전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2011년 설비용량 기준 2만 4,254㎿ 규모의 석탄 발전은 지난해 3만 7,964㎿로 10년 새 56%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의 35.9%이자 발전설비의 30.4%를 석탄 발전이 차지했다. 반면 탄소 중립의 핵심인 신재생설비는 지난해 1만 633㎿로 전체 설비의 8.5%에 불과했고 발전량 기준으로는 22.3TWh로 4.3%에 그쳤다. 같은 설비용량이라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석탄 발전의 3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처럼 전력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 신재생에너지의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 전체 에너지 설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로 전망한 반면 한여름이나 한겨울 등 전력 피크 시점의 ‘피크 기여도’는 8.6%로 내다봤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줄 대안으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안전성 문제와 함께 최소 수백조 원의 투자가 필요해 실제 적용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년 국내 전력량의 13%가량을 담당할 것이라고 예측한 ‘무탄소 가스터빈’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전력을 수입하겠다는 ‘동북아 그리드’ 역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연료 수급이 원활하고 기존 발전소 가동만으로 전력 수급이 가능한 석탄 발전과 같은 기저 전원이 상당 기간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급증했던 올해 7월 전국 석탄 발전소의 90% 이상을 매일 가동하며 전력 수급 문제에 대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