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이용자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막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구독을 통한 ‘락인 효과’로 안정적인 이용자층 확보는 물론, ‘충성고객’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서비스를 발전시켜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과거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제품 설문조사와 고객센터 신고 등을 활용했다면, 구독경제 시대에는 서비스 자체가 데이터가 되고 있다.
글로벌 구독경제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 사례다. 이 작품은 지난 1990년 영국에서 선보인 TV 드라마가 원작으로, 유명한 작품이 아니었지만 넷플릭스 구독자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리메이크에 나섰다. 감독과 주연 선정에도 빅데이터를 활용, 팬들이 선호하는 데이비드 핀처와 케빈 스페이시를 기용했다. 토드 옐린 넷플릭스 부사장은 “데이터 알고리즘은 회원 스스로 몰랐던 취향까지 파악한다”며 “구독을 기반으로 하기에 시청률 경쟁을 벌이지 않아 더 창의적인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구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구독 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SK텔레콤(017670)이 대표적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1일 타운홀미팅에서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독 상품 ‘T우주’ 제휴처를 확장하고 있다. 선택형 구독상품인 ‘우주패스 all’에는 최근 CJ더마켓·GS프레시몰 등 식음료 관련 제휴처가 추가됐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며 배달의 민족·배스킨라빈스·스타벅스 등 식음 관련 구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뒤 관련 상품을 추가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식음 외에도 미디어 관련 제휴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내 활동이 늘며 미디어 구독 상품에 대한 요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재웅 SK텔레콤 구독마케팅 담당은 “고객 니즈에 발맞춰 식음·미디어 관련 제휴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멤버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연초 CJ와 제휴로 멤버십 회원에게 티빙 구독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무제한 영화 감상 혜택도 더했다.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선호를 파악했기에 내린 조치다. 네이버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선호를 파악해 티빙과 제휴를 맺었고, 영화에 대한 니즈를 확인해 무제한 감상 혜택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출시한 ‘패밀리’ 기능도 데이터 기반 이용자 분석의 결과다. 패밀리 기능은 가족·지인이 멤버십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 중 쇼핑만을 이용하거나, 콘텐츠 혜택만을 즐기는 경우를 발견해 패밀리 기능을 마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예비 가입자 중에서도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것을 걱정해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며 “일부 서비스만 이용하더라도 편히 가입할 수 있도록 패밀리 기능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연초 250만을 넘어섰다. 연내 회원 수 목표치는 600만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구독형 상품 ‘쏘카패스’를 내놓은 쏘카는 최근 타다와 연계한 신규 구독서비스인 ‘패스포트’를 선보였다. 쏘카와 타다 혜택을 연계한 상품으로, 기존 쏘카패스에 타다 혜택을 결합했을 때 구독자 잔존율이 향상된 데이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쏘카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쏘카는 이용 빈도가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용이 잦은 타다와 연계하면 이용 주기 간격을 메울 수 있다는 분석에 패스포트를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인 패스포트는 출시 80일 만에 7만 회원을 확보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