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장동팀 구속에 8부 능선 넘은 檢…서막 여는 윗선 수사

유동규·김만배·남욱 핵심 3인방 신병 확보

범행 주도 法 판단에 발부·기각 운명 갈려

김씨 측 ‘李 정책적 판단에 따라 공모 진행”

방어논리 무너지면서 윗선 수사 물꼬 트여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전환기를 맞았다. 검찰은 앞서 김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김씨, 남 변호사 등 핵심 3인방 신병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따랐다’는 이른바 대장동팀의 방어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윗선 수사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발부 사유다. 검찰은 앞서 김씨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했으나 릴레이 소환조사, 대장동 핵심 인물 사이 대질 조사 등 보강 수사에 주력한 끝에 결국 김씨 신병을 확보했다. 김씨가 지난달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가 풀려난지 21일 만이다. 남 변호사도 구속 상태에서 수사받는 처지에 놓였다.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남 변호사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는 게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다.



◇주도 여부가 가른 운명=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한 데 따라 세 사람 사이 운명이 갈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법원이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이 각자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벌였다고 봤으나, 김씨와 남 변호사가 주역할을 했고, 깊숙히 관여했다고 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 반면 정 전 실장의 경우 범행을 주도하기보다, 지시에 따라 이행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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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주도한 인물을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로 판단한 듯 보인다”며 “반면 정 전 실장의 경우 유 전 본부장 밑에서 전략사업 부문을 맡아, 사건을 주도하기보다는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장동팀 조직적 행위…혐의 소명=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주목할 점은 법원이 검찰이 배임 혐의를 소명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이 각각 ▲정·관계 로비 ▲자금 조달 ▲특혜 제공 ▲편파적 실무 절차 진행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봤다. 대장동팀이 공모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한 공모 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유리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가담 정도에 따라 발부냐, 기각이냐는 운명이 갈리기는 했으나 검찰은 핵심 3인방 신병을 확보하면서 앞으로 수사에 활로가 열렸다.

◇무너진 방어논리…사정 칼날 향방은=김씨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당시 이 시장 지침에 따라 이뤄졌을 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민간 사업자 몫을 늘린 게 아니라는 방어 논리를 내세웠으나 결국 구속이라는 결과는 막지 못했다. 오히려 윗선을 이 후보로 추정할 발언으로 윗선 수사의 길만 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분(이 후보)의 행정 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했다”는 김씨 말이 단초로 작용하면서 검찰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이 후보나 측근 등이 개입했는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앞으로 최대 20일 동안 이들에 대한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여러 대의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기를 확보했다는 점도 앞으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 주로 쓴 휴대전화기를 특정하고 또 여기서 핵심 인물들 사이 대화가 녹음될 파일이 나올 경우 수사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 정국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검찰이 여당 대권주자인 이 후보에게 사정 칼날을 겨두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진척될 수록 선거 개입이라는 정치적 압박만 거세지면서 추가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 강제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영학 회계사를 제외한 핵심 인물의 신병을 모두 확보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진실 규명을 위한 8부 능선에 이르렀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윗선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등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 등이 정책 결정자로 꼽은 이 후보는 물론 당시 성남시에서 요직에 있었던 측근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는 검찰이 윗선 수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지 여부”라며 “그동안 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수사 과정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 기자·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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