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유럽을 강타한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내년 수도 베를린의 가스난방료가 16% 인상된다.
3일(현지시간) 독일 타게스슈피켈에 따르면 베를린 내 최대 가스공급업체 가작(Gasag)은 조만간 고객들에게 요금제별 구체적 가스 가격 인상 방안을 통보할 계획이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스 가작 대표는 “시장이 한 번도 있었던 적 없는 방향으로 움직여 경쟁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 도매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가운데 최대 공급처인 러시아가 물량을 줄인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스 대표는 "가격 인상이 사회적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실제 가격 상승분의 일부만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월부터 한 달에 베를린 평균 크기의 주택 난방을 위해 기본요금제로 1만2,000kWh를 쓰는 가구는 매달 13유로(약 1만8,000원)를 더 내야 한다. 인상률은 16%로 1년에 156유로(약 21만4,000원)에 달한다.
평균 2만kWh를 쓰는 가구는 월 22유로(약 3만원), 1년에 264유로(약 36만2,000원)를 더 내야 한다.
베를린 시민들의 주거에너지 가격은 지난달 1년 전보다 2.2%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내년부터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직접 체감하게 됐다.
독일 내 가스 공급은 55%가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된다. 이어 30%는 노르웨이, 13%는 네덜란드에서 공급된다. 독일의 항구에는 액화가스 터미널이 없어서 세계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인 미국에서는 독일로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공급물량을 직접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앙숙인 알제리와 모로코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에너지시장에서 가스 가격은 지난 5월보다 5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프리드리히스 대표는 "가격 상승분은 독일 내 그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고 순수하게 공급국가에 지급된다"면서 "독일이 감당해야 할 가격상승분은 200억(약 27조원)~500억 유로(약 6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