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유되는 인터넷…우리를 점유하다[책꽂이]

■21세기 권력(제임스 볼 지음, 다른 펴냄)

쿠키기술로 사용기록 추적 가능

페북·아마존·구글 등 빅테크들

광고사에 '정보 제공' 막대한 富

인터넷, 소수의 권력에 의해 작동

심판이 선수로 뛰는 기운 운동장

국가정보기관도 감시·통제 도구로








웹페이지를 인터넷에 전송하는 프로토콜인 HTTP는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한다. HTTP만 가지고는 사용자의 신원 정보 등을 저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쿠키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사용자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 대다수 웹사이트는 사용자의 컴퓨터에 쿠키라는 텍스트 파일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과거 어떤 페이지를 열어봤는지, 로그인은 했는지 등을 알아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일 어떤 사이트가 온라인 광고회사 같은 제3자에게 쿠키 설치 권한을 준다면 광고회사는 이를 이용해 접속자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추적할 수 있다. 쿠키가 등장하면서 사용 기록 추적은 웹사이트의 대표 수익원이 됐다.

'21세기 권력'의 저자 제임스 볼은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라고 지목한다. 책에 따르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2018년 4분기에 올린 393억 달러의 매출 가운데 326달러가 광고 수입이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다른 인터넷 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광고 회사에 그 정보를 넘기는 방식으로 전체 매출의 98%인 166억 달러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조차 광고 사업으로 2018년 4분기 34억 달러의 광고 수입을 거둬들였다. 제품을 만들어 팔거나 콘텐츠를 제공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개인 정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빅테크 기업의 독점화 현상이다.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인터넷 시장의 독점화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된다. 이는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정 기업이 데이터 종류를 무한대로 늘려서 이를 무기로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기존의 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무소불위가 된 기업은 결국 가격을 인상해 사용자에게도 심각한 위협을 가져온다. 저자는 이를 '심판이 선수로 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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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구조의 이면에 인터넷을 만든 사람과 연결하는 사람,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이 사용하는 인터넷이 소수의 권력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권력 구조는 1969년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극소수의 부를 키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시장을 독과점하고, 가짜 뉴스와 미끼 기사로 사람들을 현혹해왔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대표 인물로 컴퓨터 네트워크 이론을 정립한 레너드 클라인록 UCLA 교수와 스티브 크로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회장, 캐피털리스트 존 보스윅,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스, 톰 휠러 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등을 꼽는다.

국가 정보기관 역시 인터넷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미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은 인터넷 감시를 통해 국민과 기업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이른바 '프리즘 프로젝트'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영국의 정보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도 영상 통화를 캡처한 사진을 수집하는 ‘옵틱너브 프로젝트’를 통해 6개월 동안 180만 명 이상을 감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책은 정보기관이 국민 보호와 감시라는 역할 중 보호 의무를 내던지고 감시를 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라고 적고 있다.

책은 이러한 인터넷 권력에 맞서는 저항운동도 소개한다. 미국 정보인권단체인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정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감시하거나 전자기기를 압수하는 것을 막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비영리 콘텐츠 서비스업체인 위키피디아도 일종의 인터넷 저항단체로 꼽힌다. 전 세계 3,500만 명이 가입한 위키피디아는 광고 수익 없이 운영되며 인터넷 감시와 통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터넷을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세상을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이제 우리는 인터넷을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 첫 단계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의 본모습을 똑바로 보는 것"이라고 전한다. 2만5,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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