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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발작은커녕 3대 지수 안도랠리…韓은 '박스피'서 허우적[美 테이퍼링 이달말 돌입 ]

['안도랠리' 속 글로벌 증시 전망은]

선반영됐던 불안 가시며…美 3대지수 일제히 최고치 경신

WTI 가격 3.6% 급락, 유가도 진정…'리스크 온' 강해져

"韓 등 신흥국은 공급망 차질·인플레 압력 해소가 관건"








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걸음을 뗐지만 이날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안도 랠리’를 시작했다. 테이퍼링 속도나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금융시장에 선 반영됐던 경계 심리가 해소된 덕분이다.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던 유가 상승세가 주춤한 데다 금리에 관한 메시지도 ‘비둘기파’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미국 증시를 주축으로 한 ‘리스크 온(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코스피 지수는 선진 증시로의 자금 쏠림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와 기업들의 이익 감소세 여파로 소폭 상승에 그치는 등 한국과 미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갈수록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92포인트(0.65%) 오른 4,660.57로 거래를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161.98포인트(1.04%) 오른 1만 5,811.58로 마감돼 3일 연속 최고치 기록을 세웠고 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04.95포인트(0.29%) 오른 3만 6,157.58로 최고치 경신에 동참했다.



이들 3대 지수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하락한 채 출발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가 공개된 직후 일제히 상승 반전했다. 테이퍼링이 공식화됐지만 걱정했던 ‘긴축 발작(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하기는커녕 ‘안도 랠리’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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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FOMC의 발표문과 기자회견이 시장의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 완화)적이었기 때문인데 특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문구가 유지됐고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연준이 강조하면서 불안이 해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불안을 촉발했던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진정된 것도 이날 증시의 호재로 꼽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3.6% 급락한 80.86달러에 거래를 마쳐 10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가 늘어난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압박, 원유 증산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불안 요소로 거론됐던 테이퍼링 이슈가 무난하게 지나간 만큼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꺾을 만한 악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구인난에서 비롯한 인플레이션 경계 심리는 여전하지만 기업 이익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재개가 가장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선호 현상을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추정치가 에너지·소재·금융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는 데다 달러 강세, 경제 재개 등으로 최선호 시장 뷰를 유지한다”며 “현재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를 넘는 등 정보기술(IT) 버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부는 훈풍이 한국 등 신흥국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만 해도 코스피의 경우 테이퍼링 불안이 해소되며 장 초반 1% 넘게 올라 3,000선을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축소, 전 거래일 대비 7.51포인트(0.25%) 상승한 2,983.22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0.93% 올랐지만 대만 자취엔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5% 하락했다.

전문가들 역시 다소 비관적인 관측을 보이고 있다.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미국과 달리 제조업·수출 산업의 비중이 높아 공급망 차질에 대한 피해가 크고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용 인상 등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코스피 주요 기업들의 이익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40여 곳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3개월 전과 비교해본 결과 245조 원에서 237조 원으로 3.2% 줄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 등 코스피 비중이 큰 주요 산업군의 이익 둔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흐름에 있어 시장의 중심을 잡아줄 반도체·자동차·소프트웨어 업종의 2021년, 2022년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가 유입되고 있는 시클리컬(경기 순환) 업종의 경우도 올해 대비 역성장할 우려가 커 모멘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도주가 부각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물론 반등을 이끌고 갈 만한 업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코스피 반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11월 FOMC를 계기로 달러가 약세 반전했고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밸류에이션 매력에 근거한 기술적 반등 시도가 이어질 발판은 마련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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