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로블록스와 KT 먹통 사태가 남긴 교훈

홍병문 성장기업부장

로블록스, 협력사 피해 없도록 해명

KT는 소상공인 보상액 턱없이 적어

미래사업 온라인 의존도 절대적인데

같은 사고에 다른 뒤처리 묘한 대비





핼로윈 축제 기간이었던 지난주 말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핼로윈을 코앞에 둔 지난달 28일 갑자기 전 세계 로블록스 서버가 먹통이 된 것이다. 로블록스에 빠져 있던 어린이들은 사흘간 멈춰버린 서버에 발을 동동 굴렀고, 로블록스 플랫폼에 게임을 창작해 올리는 크리에이터는 물론 로블록스 투자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가장 당황한 이들은 로블록스에 빠져 있던 자녀들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던 부모들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주말이면 로블록스 게임에 빠져 있던 어린이들이 이번 핼러윈 축제 기간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고,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부모들도 적지 않은 혼란을 느꼈다고 전했다. 8~12세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블록스의 서버가 다운되자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로블록스 게임에 매달렸던 아이들이 야외 활동에 나서거나 부모와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블록스 먹통이 부족했던 자녀와의 소통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주목할 점은 로블록스 먹통 사태 이후 경영진의 조치다. 서버 다운 사태가 터지기 전 83~84달러 수준이었던 로블록스 주가는 크게 흔들리며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이틀간 시가총액이 2조 원 이상 빠졌다. 큰 폭으로 추락할 수 있었던 로블록스 주가는 다행히도 며칠 뒤 안정세를 찾았다. 상대적으로 소폭 하락에 그치며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로블록스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바스주키의 해명과 사과, 그리고 보상 약속의 힘이었다. 바스주키는 “트래픽이 몰린 상황에서 로블록스 인프라의 핵심 시스템이 부하를 이기지 못했다”며 “서버 다운으로 타격을 입은 크리에이터에게 재정적인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명 과정에서도 서버 다운이 로블록스 플랫폼 내 특정 게임이나 파트너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게임 창작자와 협력사가 받을 수 있는 타격 가능성도 차단했다.



이 같은 로블록스의 서버다운 뒤처리는 비슷한 시기에 터진 KT 먹통 사태의 사후 수습 과정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KT의 유무선 인터넷 마비 사태 보상과 관련해 KT는 개인 가입자에게는 15시간분의 요금을, 소상공인은 10일분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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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서는 실제 피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턱없는 보상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대한 보상한다더니 정작 소상공인의 실제 매출 피해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크다.

KT와 로블록스의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차이점은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보상 약속이다.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의 본질적인 사업 특성 차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KT의 해명과 보상안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측면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래 사회의 비즈니스는 점점 더 인터넷 통신망과 플랫폼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비즈니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플랫폼 사업 영역이 더 확장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흐름이다.

로블록스 먹통 사태가 터진 시기에 발표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시장 선두주자가 되겠다며 사명을 과감히 ‘메타’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10대 청소년 보호에 등을 돌린 채 회사 이익을 위해 폭력과 혐오를 조장했다는 내부 고발자의 폭로 파장을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극적인 변화가 미래 산업 트렌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메타버스 환경의 급변이 10대 청소년은 물론 모든 이들의 삶과 가치 체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물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분별하는 능력인 ‘메타버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점이다.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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