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윤석열이 걸어온 길] 사퇴 247일만에…文정부 검찰총장서 야당 대선 후보로

'9수 고시생'서 '특수통' 검사로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 직진인생

朴정권서 수사 밀어붙이다 좌천

최순실 특검 거쳐 검찰 총장 승진

'文 정권 심장' 조국 수사 파고들어

'추윤 갈등' 겪다 징계 후 정치 투신

공정·정의·법치 기치로 野 전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삶은 권력에 맞선 ‘원칙주의자’로 요약된다. ‘강골 검사’로 살던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권력 수사를 밀어붙이다 좌천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검찰총장이 되자마자 정권 핵심을 겨누며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윤 후보는 권력의 견제를 받아도 버텼다. 본인과 가족 수사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맞을수록 몸집을 키우더니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급기야 윤 후보는 국민의 부름을 소명 삼아 정치에도 뛰어들었다.




대학생 시절 윤석열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대학생 시절 윤석열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특수 검사된 9수 고시생, 박근혜 정권에서 좌천=윤 후보는 지난 1960년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정자 전 이화여대 교수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광초-중랑중-충암고를 거쳐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1980년 5월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을 주제로 진행한 모의 재판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화는 널리 회자된다. 윤 후보는 사법시험에 도전해 9수 만에 합격한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검사의 길을 걸었다.

검찰에서 특수 수사 검사로 승승장구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불법 대선 자금 의혹’ 수사에 참여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를 구속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 이후 2010년 대검 중수2과장, 2011년 중수1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부 검사로서 꽃길을 걸었다.

검사장 승진 목전에서는 고난을 맞이한다.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항명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회 국정감사장 발언이 이때 나왔다. 국민들에게 강골 검사 윤석열이 각인된 순간이다. 이 일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4년간 대구·대전고검을 전전한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순실 수사로 부활, 검찰총장 되자 정권 겨냥=2017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그는 부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윤 후보에게 수사팀장을 맡겼고 삼성 수사를 이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 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윤 후보를 서울지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윤 후보는 중앙지검장 시절 국정원 정치 개입,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의혹’도 수사해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윤 후보를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는 파격 인사를 또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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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취임 직후 그의 칼날은 놀랍게도 정권을 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뿐 아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정권의 심장을 파고드는 수사를 이어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추·윤 갈등, 그리고 정치 투신=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추윤(秋尹) 갈등’이 시작됐다.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윤 후보의 측근을 밀어내는 검찰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채널A의 검언 유착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위증 교사 의혹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등 사건에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해 11월에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등 여섯 가지 이유를 들어 윤 후보를 직무 배제하고 징계도 청구했다.

출근길이 막힌 윤 후보는 법정 투쟁으로 맞섰다. 두 번의 정직에 대해 법원이 모두 그의 손을 들어 줘 업무에 복귀했다. 끝이 아니었다. 여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추진했다. 윤 총장은 결국 지난 3월 4일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검찰총장직을 던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상식·공정·법치’ 기치로…8개월 만 野대선 후보로=총장 사퇴 이후 잠행하던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서울 윤봉길 기념관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대세론’을 바탕으로 매머드급 캠프를 구축했지만 각종 설화에 휩싸이며 정치 초보의 한계도 보였다.



윤 후보가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을까. 경선 캠프의 비전과 전략을 도맡은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면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가치를 몸으로 담지한 인물”이라며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해서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이웃집 큰형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문법이 서툴러 실수도 하고 많은 교훈도 얻었다”며 “안착이 되면 훨씬 더 많은 유권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에서는 흡입력이 중요한데 윤 후보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며 “사람을 잘 쓰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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