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재난지원금 이어…지방채 발행도 늘리자는 이재명

"공공개발 재원 활용" 당에 요청

제2 대장동 사태 막겠다는 명분

작년 지방채 발행 9조…5년새 최대

재정건전성 놓고 당정갈등 커질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요소수 관련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개발 시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으로 활용하는 지방채 발행을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에 요청한 결과다.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지방채 발행 확대까지 꺼내며 정책 행보에 나선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당정 갈등 재점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7일 “(이 후보가) 부동산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자체가 개발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에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안을 원내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전전년도 예산액의 10%까지만 지방채 발행 자율권을 갖는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넘어가면 중앙정부가 관리 감독을 맡는 등 각종 제약도 추가된다. 민주당은 자율 예산권의 범위를 늘리거나 일정 요건을 갖춘 공공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채 발행을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지방채 발행에 대한 근거 법부터 살펴볼 것”이라며 “기초 자치단체가 인허가를 통해 발생하는 공공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조달 능력부터 갖출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대장동과 결합 개발된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 현장에서 “타당성이 보장된 공공개발에 대해서는 공사채나 지방채 발행 한도에 예외를 둬서 공공개발 이익을 100% 환수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2의 대장동 의혹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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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심각한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행보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여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부터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경쟁적으로 이뤄진 결과 지자체의 부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1~2025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순세계잉여금 추정치를 포함한 순 지방 살림인 통합재정수지(Ⅱ)는 5조 2,717억 원 적자로 예상된다. 이후 연도별 적자 규모 역시 오는 2022년 1조 9,952억 원, 2023년 3조 4,038억 원, 2024년 3조 88억 원, 2025년 2조 4,18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채 발행 규모가 오래전부터 증가 추세인 것도 여당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지방채 발행 규모는 지난 2018년 4조 1,000억 원, 2019년 6조 5,000억 원 등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채 발행 규모는 9조 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대 규모였다. 올해 역시 비슷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이 후보는 ‘재정 역할론’을 통해 이재명식 민생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약 40조 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나라는 부자가 되고 있는데 국민은 지출 여력이 없어 지갑을 닫고 있다”고 진단한 뒤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돕지 않을 것이라면 관아 곳간에 잔뜩 쌀을 비축해두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벌 대기업에 세금 수십 조 원 투입하는 것은 투자이고 국민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비용이자 재정 낭비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꼬집었다. 윤 후보는 전날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보상은 손실을 보상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몇% 이하는 전부 지급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 논쟁 등 당정이 분열하는 모습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재정 투입 일변도의 정책으로 이슈 몰이에 나설 경우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긴축적 재정·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권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시점인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우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며 “네거티브 이슈를 덮고 정책 이슈를 부각하려는 취지는 좋지만 당정 갈등까지 감내하면서 밀어붙일 만한 사안인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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