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예정인 올해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에 국군 포로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내용이 사상 최초로 들어갔다. 유엔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가 6일 공개한 초안에는 ‘미송환 전쟁 포로(국군 포로)와 그 자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유엔 회원국 전체의 뜻을 모으는 문건에 국군 포로 관련 내용이 반영된 것은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초안 제출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한 35국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 앞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 결의가 채택됐지만 그때도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남북 관계의 특수성’ 등을 핑계로 3년 연속 공동 제안국에 불참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국군 포로는 5만~6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에 억류된 포로와 그 가족들이 탄광 등에서 강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 1994년 귀순한 고 조창호 소위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에 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나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 포로 얘기를 꺼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2010년 북한에 의해 피격된 천안함과 관련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결정도 조국의 부름을 받고 피 흘린 장병을 대하는 현 정부의 안이한 시각을 보여준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는 지난달 28일 심의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설’을 퍼뜨린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가 친북 성향 유튜브 채널의 천안함 폭침 관련 게시물들이 “사회질서를 위반했다”며 삭제 또는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이를 기각한 것이다. 방심위가 북한군 개입설 등 5·18민주화운동 왜곡 내용을 담은 게시물에는 삭제 또는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소위 위원 5명 중 다수인 여권 추천 위원 3명이 천안함 음모론 게시물이 논란 사항일 뿐 삭제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문제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적진에 단 한 사람의 군인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의 유해 발굴 등을 지속하고 그 희생에 합당한 예우와 존중을 한다. 이처럼 나라가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군인이 희생을 무릅쓰고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을 홀대하는 나라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