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BBB' 이랜드월드, 산업은행 손잡고 3년만 회사채 시장 복귀

1,000억 원 모집에 10억 원 들어와

산업은행 800억 원 인수..190억 미매각

신용위험 부각에 ESG채권도 투심 '싸늘'





3년 만에 회사채 발행을 재개한 이랜드월드가 투자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와 예정된 추가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불거지면서 시장 환경이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이날 2년 만기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나머지 990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은 지원사격에 나선 산업은행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190억 원은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인수한다.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임에도 수요 확보가 어려웠다. 'BBB'로 낮은 신용등급이 발목을 잡았다. 2주 전 수요예측에 흥행한 한진처럼 금리를 연 4.5~5.5%로 높게 제시해 증권사 리테일(개인투자자) 수요를 노렸으나 최근 몇 년 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를 잇따라 매각하고 상장 계획도 연기하는 등 어려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컸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면서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 상승세가 없어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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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환경도 부정적이었다. 지난 9월 이후 국고채 금리가 크게 뛰면서 채권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회사채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는 연초 31bp(1bp=0.01%포인트) 선에서 9월 들어 45bp를 넘더니 이달 3일 51.3bp까지 확대돼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랜드월드가 속한 'BBB' 등급은 10단계의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밑에서 두 번째로 낮아 투자자들의 기피 현상이 더 큰 상황이다.

이랜드월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에 접어든 만큼 선제적인 투자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SPV의 지원이 끝나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본시장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이랜드월드의 한 관계자는 "단계적 일상 회복과 보복 소비 심리로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비효율 사업을 털어내고 대대적으로 사업부 개편을 해온 만큼 내년 본격적인 반등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의 상반기 매출액은 2조4,094억 원, 당기순익은 271억 원으로 2년여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내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이번 회사채 발행과 함께 연말까지 이리츠코크렙 지분율을 50% 이하로 낮춰 위탁리츠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행 구조조정리츠(CR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이 위탁리츠로 전환되면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는 직영 켄싱턴호텔과 리조트 자산 등을 추가로 유동화할 수 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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