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0일 남미 브라질과 파라과이 두 나라가 어둠으로 바뀌었다. 거센 폭풍으로 송전선이 손상돼 핵심 전력원인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의 송전이 중단된 것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는 2시간 넘게 암흑 천지가 됐고, 파라과이는 나라 전체가 15분간 정전 사태를 맞았다. 이 사고는 이타이푸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에너지믹스에 실패할 경우 나라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브라질과 파라과이는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이타이푸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1966년 양국은 두 나라를 가로지르는 파라나강의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으로 바꾸는 거대한 댐 건설 프로젝트에 서명했다. 이후 1971년 공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건설 현장 인근 섬의 이름을 따 ‘이타이푸’로 명명했다. 이타이푸는 ‘소리나는 돌’이라는 뜻을 가졌다. 1984년 5월 5일 완공된 이 발전소의 높이는 196m, 길이는 7.76㎞였고 댐 저수량은 190억 ㎥에 달했다. 이타이푸 발전소는 브라질 전체 전력의 26%, 파라과이 전력의 78%를 공급하는데 2009년 중국 샨샤댐이 완공될 때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생산량을 자랑했다. 미국토목학회(ASCE)는 이타이푸를 ‘20세기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는 남미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자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수력발전 의존도가 올 4월 현재 59.4%에 달하는 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이 같은 극심한 에너지 쏠림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세 번째 원전 공사를 2027년 끝내고 곧바로 추가 원전 건설에 들어갈 방침이다. 탈탄소 시대에 각국이 앞다퉈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해외에선 원전 세일즈에 나서는 이율배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추세와 따로 가는 탈탄소 과속을 접고 원전 부활 등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의 길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