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백신 의무접종과 선택의 자유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백신 캠페인=바이든 치적' 우려

美우파, 접종 방해 노력 '올인'

백신 거부의 사회적 해악 막대

개개인 선택에 맡길 영역 아냐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 보인다. 좋은 소식이다. 단지 죽어가는 환자들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3분기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 공포라는 난기류에 휘말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일상 회복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우파는 사실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기세를 그대로 유지하려 든다.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을 거듭하는 거짓 정보에 관해 장황하게 얘기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들 중 일부는 러시아에서 흘린 정보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 기구들은 그들의 역할을 확대했다. 폭스뉴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反)백신 메시지를 퍼뜨린다. 공화당 주지사들은 지방정부나 교육구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백신 접종 의무화 결정까지 막으려 든다. 공화당 소속인 몇몇 주 법무장관은 연방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우파의 표면적 논리는 선택의 자유로 귀결된다. 현실적으로 백신에 저항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거리낌을 부추기는 주된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백신 접종 캠페인의 성공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파는 백신 사보타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숱한 인명 피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노력을 무산시키는 데 ‘올인’한다. 이들의 나팔수인 폭스뉴스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단히 엄격한 백신 접종 정책을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논리는 그 자체로 거짓투성이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반박은 증거에 바탕을 둬야 한다. 하지만 우파의 주장이 지닌 오류를 지적하는 제대로 된 대항 논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선택의 자유가 적용될 사안이 아니라는 게 고작이다. 필자는 그 이유를 보다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개인의 선택권은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가 돌아가지 않는 범위에 한해서만 그렇다. 누군가 집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흉을 볼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타인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반면 그가 거리에 쓰레기를 내다버린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로 포장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받지 않는 것은 타인을 해치는 행위다. 학교가 지난 수세대에 걸쳐 여러 질병에 대한 접종을 의무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접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1회 이상 접종자들에 비해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잠재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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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접종했음에도 우발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감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백신 의무 접종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준다.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조차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로 인해 감염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신 거부가 타인에게 끼치는 해악은 감염 우려를 높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접종자는 접종자에 비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 시스템에 심한 압박을 줄 수 있다. 일반대중의 경비 부담 역시 늘어난다. 공공 보험과 민간 보험을 막론하고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의료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우리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적 의무로 간주해야 한다. 설사 비접종자들이 타인에게 끼치는 해악을 무시하고 개인적 선택의 측면만 본다 해도 백신 접종을 장려해야 할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 왜냐하면 백신 접종 여부는 개개인의 선택에 맡겨둬야 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고 있겠지만 의학은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온전히 선택을 맡기는 것은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따라서 백신에 관한 의료인들의 전문적 견해 대신 대중의 ‘직감과 판단력’에 의존해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플로리다주 의무감의 발언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무적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에 관한 치열한 논쟁의 한복판에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반대론자들은 본인이 아닌 자녀를 대신해 결정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

미국의 법과 전통은 부모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지만 그들의 삶을 조종하는 절대적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인은 자녀의 기본적 교육, 혹은 생명을 구해줄 치료를 거부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오래전부터 숱한 어린이 질환을 막아주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이유다. 똑같은 논리가 코로나19에도 적용된다.

다시 말하건대 의무적 백신 접종이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필자는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자유가 의학적 기적의 잠재력을 틀어막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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