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2일. 인천 연수구의 ‘송도 더 프라우’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는 1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청약 접수를 하지만 당시 이 오피스텔은 현장 접수를 한 탓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몰리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모델하우스가 아수라장이 되자 결국 이날 청약 접수는 중단됐다. 한 달 후 현장 접수를 인터넷과 농협 지점 접수로 바꾸고 청약 기간을 3일로 늘리면서 마친 청약 결과는 놀라웠다. 50여만 명이 청약에 참가했고, 5조 3,000억 원가량이 증거금으로 몰렸으며 청약 경쟁률은 4,800 대 1을 넘어 오피스텔 역대 최고 기록을 갖게 됐다.
갑자기 15년 전의 일을 꺼낸 것은 얼마 전 ‘신길 AK 푸르지오’와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에 12만 명이 넘는 청약 희망자가 몰리면서 청약 사이트가 마비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역대급 광풍을 불러온 세 오피스텔 모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5년 전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 재당첨 금지가 적용되지 않았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었다. 최근 분양한 두 오피스텔도 비슷하다. 가격은 꽤 비싸지만 100실 미만 규모로 분양해 계약 이전부터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단기 투자’ ‘초피(계약 전에 붙는 웃돈) 투자’로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텔’인 셈이다.
물론 합법적 투자기에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매를 목적으로 한 규제의 틈을 노린 투자에 대해 걱정이 된다. 전매를 염두에 둔 투자는 결국 ‘웃돈(프리미엄)’이 끊임없이 붙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웃돈이 붙지 않는다면 그 투자는 실패로 끝난다. 웃돈이 계속 상승하려면 수요가 꾸준히 있어야 하는데 최근 오피스텔 시장은 사실 불안하다. 시화 MTV 아티스큐브, 고양 원흥 베네하임 5차 등 지난달 분양한 오피스텔은 미달됐다.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득 15년 전 광풍을 일으켰던 송도 더 프라우의 현재 가격이 궁금해졌다. 분양가가 6억 원대였던 165㎡형의 올해 6월 실거래가는 8억 3,500만 원이었다. 현재 12억 원짜리 매물이 있긴 하지만 거래는 되지 않았다. 당첨 직후 1억 원의 웃돈이 붙었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오피스텔 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광풍은 말처럼 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에 휩쓸린다면 의도하지 않았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그 바람 속에서 “자신만은 승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장을 대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음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