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계 최고수준 세율 손도 못대고…10년 분할납부만 검토

■정부 상속세 개편안 마련

매출 기준 4,000억미만으로 상향

연부연납 기한도 5→10년 연장

'자산 불평등' 이유로 세율은 외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가업(家業)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의 업종 변경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가업상속공제 혜택 대상이 되는 기업은 매출 기준 ‘4,000억 원 미만’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다만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속세의 유산취득세 전환이나 세율 조정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12일 관계 부처와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가업상속공제란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업자가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재산 가액을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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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제도 지원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상속 개시 전 기업의 주된 업종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범위 내에서 변경되더라도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중분류 범위 내 변경을 허용하되 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대분류까지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인 중견기업의 범위는 현행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에서 4,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이번 개편이 이뤄지면 공제 적용을 받는 중견기업 비중은 전체 87.6%(4,387개)에서 91.4%(4,578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농상속공제 한도는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을 고려해 공제 한도를 1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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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상속세의 연부연납 기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연부연납이란 분할 납부 또는 납부 기한을 유예해주는 제도로 납부세액에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독일 등은 최대 10년까지 연부연납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개편을 예고했던 유산취득세는 당장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는 상속 총액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인데 상속인이 얼마를 받는지에 관계없이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에 따라 세율이 다르게 정해져 조세 형평성에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며 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의 대물림과 조세 회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는 점 △현행 과표와 각종 공제 제도 등이 유산세 방식으로 설정돼 전환 시 과세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중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뒀다.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낮추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산 불평등’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과 상속세율 조정 모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인데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저축·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을 외면한 것이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상속세와 관련해 “고율 상속세가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저축과 투자,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상속세율 인하를 권고한 바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중견기업에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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