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두더지 게임' 된 부동산 대출

◆김지영 금융부





“규제를 무슨 두더지 뿅망치 때리듯이 하니깐 뭐 제대로 되는 게 없어요.”



최근 정부가 고가 전세자금대출 보증의 제한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두더지 게임은 이곳저곳에서 머리를 내미는 두더지를 뿅망치로 때려잡는 오락실 게임이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정부가 원칙 없이 추진하는 각종 규제들이 흡사 두더지 뿅망치 게임과 같다는 비유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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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 역시 이와 같은 우려들을 쏟아냈다.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6개월~1년가량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가 전세대출의 보증 제한을 추가로 검토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대출 규제가 바뀌는 탓에 금융 소비자들이 내년·내후년을 염두에 두고 미리 자금 계획을 짜는 건 불가능해졌다.

물론 고가 전세대출에 손을 대려는 정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서초·송파의 전세가 15억 원이 넘는 집에 사는 사람까지 서민으로 간주해 보증을 서주는 건 무리가 있다. 은행조차 고가 전셋집에 들어가기 위해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상당수가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전세대출을 잡기 위해 단순히 전세가를 기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전세가가 대출 보증이 이뤄지는 기준선 근처로 인상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금 필요한 건 전세대출 보증 제도에 대한 고민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 3곳의 공적 보증기관이 90% 이상 전세대출을 보증해주는 구조 속에서 은행은 돈 떼일 가능성 없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대출해줬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갭투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각종 대출 규제를 무력화해온 ‘은행·보증기관-집 소유자-세입자’ 간 구조를 개선할 묘수를 찾는 게 필요한 이유다.

계속 튀어나오는 두더지에 주먹구구식으로 뿅망치를 들이대기만 한다면 두더지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뿅망치를 피해 두더지는 더 많이,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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