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할 일은 안하고 안할 건 하는 ‘역주행 세금 정치’


여권의 세제 개편 움직임이 ‘할 일은 안 하고, 안 할 것은 하는 세금 정치’로 엇나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예고했던 상속세 개편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가업 승계를 막고 경제 활력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홍 부총리는 지난달 초 “상속세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상속세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 의견’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상속세 과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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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8월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그 뒤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을 받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22일 시작)을 앞두고 부랴부랴 소위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경태 의원)는 연간 종합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인 20대의 소득세 비과세 방안을 제안했다. 당 선대위는 “공식 검토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청년 소득세 비과세 주장은 조세 형평성에 위배되는 매표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 확보 등을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 방안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통해 0.17%인 현행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국민 80~90%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 대 9 갈라치기’ 전술인 셈이다.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방안과 함께 세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 인상이든 인하든 원칙 없이 선거에 활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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