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인돌2.0] “어렵다고 생각했던 고전을 쉽게 이해하게 됐어요”

강동도서관이 마련한

최은 박사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서울 동북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밀의 화원’을 영화로 해석하는 시간 가져

최은 박사가 지난 12일 서울 동북중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을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최은 박사가 지난 12일 서울 동북중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을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2일 서울 동북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모니터에 집중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통해 고전을 해석하는 온라인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강동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영화평론가 최은 박사(영화이론) 강의를 맡았다.



이날 최 박사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1909)’을 마크 먼든 감독의 영화 ‘시크릿 가든(2020)’으로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1849~1924년)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최 박사는 “버넷은 총 27편의 동화와 17편의 소설, 3편의 희곡을 남겼다”며 “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잘 아는 소설 ‘소공자’, ‘소공녀’도 버넷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난 버넷은 열 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1890년 열 살 된 아들을 잃고 이후 이혼까지 하게 됐다”며 “‘비밀의 화원’에 작가의 이런 자전적인 부분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원작 소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시크릿 가든’을 개략적으로 보여줬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1947년. 열 살 소녀 메리의 가족들은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서 인도로 왔다. 인도에서 발병한 콜레라로 부모를 여읜 메리는 영국 귀족인 이모부의 집으로 보내진다. 이모부 아치볼드는 병으로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병약한 아들 콜린과 대저택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황무지에 우뚝 자리 잡은 이모부의 대저택에서 혼자 놀던 메리는 우연히 집 주변에 숨겨진 정원을 발견한다. 메리는 몰래 정원에 들어가 놀다가 집안일을 돕는 하녀의 남동생 디콘이라는 소년과도 친구가 된다. 어느 날 메리와 디콘은 자신이 평생 걷지 못할 거라 믿으며 침대에만 누워있는 콜린을 휠체어에 태워 정원에 데려온다. 정원에서 이들은 메리의 엄마와 이모(콜린의 엄마)가 나눈 편지들을 우연히 발견해 읽으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확인한다. 정원에서 매일 걷는 연습을 한 콜린은 비밀의 정원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휠체어에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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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영화는 시대 배경, 에피소드 등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며 “특히 원작 소설에는 메리와 디콘, 정원사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비밀의 정원을 가꾼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영화는 이런 부분을 다소 생략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동안 방치된 정원이 화려한 꽃으로 가득해지고 누워있던 콜린이 정원에서 건강을 되찾은 것이 말해주듯이 이 작품에서 정원은 치유와 생명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은 저절로 일어난 게 아니다”라며 “그 과정에는 꽃이 필 것이라는 믿음과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정원을 가꾸고 걷는 연습을 한 아이들의 용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작가 버넷은 아이를 잃고 이혼을 겪은 후 영국으로 돌아와 정원 가꾸기에 몰두하며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흙의 생명력을 느끼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학생들에게 “비밀의 정원같이 여러분에게도 치유와 희망을 주는 공간이나 대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 학생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황무지 같은 현실을 마주할지라도 꽃이 가득한 화려한 정원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용기를 잃지 않으면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동도서관이 마련한 최 박사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동북중 3학년 박채호 군은 “어렵다고 생각했던 고전 소설을 영화를 통해 쉽게 설명해 주셔서 원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학년 김도은 군은 “원작의 내용을 영화가 모두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 유익한 강의였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한 고인돌 2.0 강좌는 3월부터 이달 말까지 모두 8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된다./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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